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을 맞아 게임과 이커머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내년이 되기 전까지 새 근로제도의 안착과 기업문화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IT업계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대응 방안 그리고 참고할 만한 근로 복지사례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스타 2017 게임쇼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퇴근카드를 찍어놓고 일한다는 제보가 있다. 주 52시간을 채우면 PC가 로그아웃되는데 그 이후로 일은 하지만 근무기록이 남지 않는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업계 부당노동행위 제보와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올 연말까지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자리 잡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전엔 업계 관행으로 통했지만 계도기간이 끝나면 법 위반으로 처벌이 이뤄질만한 ‘꼼수’가 여전히 남아있다.

◆게임업계, 인력관리 패러다임 전환 맞아=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게임업체들은 ‘소규모 인력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프로젝트 개발을 이어왔다. 여기에 속도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야근을 포함한 연장근무가 당연시됐다.

게임 출시나 업데이트 적용에 앞서 집중업무기간을 말하는 ‘크런치 모드’도 근로자 의지와 상관없이 장기간 수시로 가동됐던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올 연말 이후 주 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이 끝나면 이 같은 업무 관행은 처벌받을 수 있다.

김 사무국장은 “중국에선 2교대도 하면서 대규모 인력으로 프로젝트 개발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잘 자리잡았다”며 “국내는 소규모 인원을 쥐어짜는 방식이 아닌 충분한 대규모 조직으로 게임을 만든 적이 거의 없다. 근로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 사무국장은 “300인 미만 사업장이나 자회사로 쪼개져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업장 등과 함께 실제로 주 52시간 근로가 잘 지켜지는지 지속 모니터링하고 제보를 받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크런치모드 관행 인정해줘야”=국내 주요 게임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선 크런치모드 관행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콘텐츠 분야 노동시간 단축 대응방안’ 토론회를 통해 “단순히 근로환경 측면에서만 본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개발사 및 제작사 입장에선 작품을 제대로 완성하고 론칭하기 위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근로시간 총 한도 내에서 한 주의 근로시간은 늘리고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서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근로 시간에 맞추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 중이다. 한 주의 근로시간은 최대 64시간이다. 그 다음 주 근로시간을 줄여 3개월 동안 평균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는 식이다. 근로기준법 제51조에 근거를 둔 조치다.

다만 최 정책국장은 “탄력근로제는 사전에 3개월간의 스케줄이 확정돼야 하므로 외부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게임분야에선 적용하기 어렵다”며 3개월이 아닌 1년이나 1년6개월까지도 연장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대형 회사들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더라도 중소 업체에선 부담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설정,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협회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협회는 근로법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지는 가혹한 처벌 규정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도 건의했다.

◆근로시간 법적해석 고민 이어져=기업 입장에선 근로시간에 대한 법적 해석이 고민이다. 업종과 업태에 따라, 기업이 채용하고 있는 근무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부분으로 법무법인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법무법인 민후(대표변호사 김경환)도 이러한 고민을 가진 기업들의 문의가 잦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은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으나 직무와 연관되지 않은 워크숍, 세미나 등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민후 설명이다.

민후 측은 “기업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도 근로시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근로시간의 판단을 보수적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특히 기업의 성격과 근로시간 등에 따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재량근로제 등을 채택한다면 위법 소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부서장 등 상사의 제안이나 일정 인원 이상의 참석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회식도 업무시간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적 친목을 위한 자리임과 동시에 조직 구성원 간의 팀워크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업무 생산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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