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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유선생님을 아십니까?"… 교실로 들어온 유튜브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초등학교 1학년들이 한글은 잘 몰라도 캐리·도티(유명 유튜버)는 알아요. 유튜브는 그만큼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들 교육 매체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저도 의욕과 재능은 있지만 공부 방법을 모르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동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현경초등학교 한도윤 교사)

교육현장에 유튜브를 활용하는 ‘유선생님’이 늘고 있다. 음악 수업에 뮤직비디오와 오페라 영상을 감상하는 것은 기본, 직접 과학실험 영상을 촬영해 직접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기도 한다. 전라북도 무안 현경초등학교 한도윤 교사는 “유튜브는 ‘호날두’가 팀을 바꾸는 것처럼 교육 방향을 바꿀 것 같다”며 유튜브의 교육 효과를 거듭 강조했다.

16일 구글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을 열고 현직 교사들의 유튜브 활용 사례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도윤 교사는 전국 현직 교사들의 모임 ‘아꿈선(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선생님)’에서 활동하고 있다. 도서산간 지역 등 지역적 요인에 의한 교육 격차를 줄이려는 뜻을 가진 선생님들의 모임이다.

아꿈선은 주로 초등학교 3~6학년 과학 교과 과정과 연계된 영상을 제작해 공유한다. 3분짜리 영상 1편 제작에 보통 6시간 이상 걸린다. 현미경 관찰 실험에 쓸 ‘헤캄’을 찾으려고 전남 수로를 꼬박 이틀 동안 뒤지고 다니기도 했다. 실험과 실습에 드는 재료비도 교사들이 각자 사재를 털어 부담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이런 과정을 거쳐 약 240개 교육 콘텐츠를 확보했다. 그러자 구독자 숫자와 조회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임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멀리 호주에서도 아꿈선의 영상 콘텐츠로 학습하고 있다는 학생도 등장했다.

한 교사는 “처음에 영상 찍을 때는 대사도 없이 손짓 발짓 하니 주변에서도 웃기만 하고, 좋은 유료 콘텐츠가 많은데 통할 리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며 “그러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고 수업에 활용되기 시작하니 주변에서도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특히 교사들보다 학부모 반응이 더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대구 화원고등학교에서 음악 과목을 가르치는 정미애 교사는 “학교에서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일이 됐다”며 “수업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윤활유료 작용한다고 생각하며, 풍부하고 다양한 자료로 학생들이 더 참여하고 집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현직 교사 외에도 교육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경윤 크리에이터는 자연에서 곤충이나 동물을 채집하고 소개하는 채널 ‘에그박사’를 운영하고 있다. 활기찬 목소리와 유쾌한 성격 덕분에 어린 미취학 구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콘텐츠 수익은 넉넉치 못해 '투잡'을 뛰어야 하지만 유튜버 활동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기 전에 항상 곤충과 관련된 책을 보고 잔다는 어린 구독자가 있는데, 그 친구의 꿈이 ‘에그박사가 되는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크게 감동받았다”며 “요즘 어린 친구들이 크리에이터를 많이 꿈꾼다고 하는데, 그렇게 거창할 것 없이 본인이 영상을 만들고 올릴 때 즐겁다면 그게 바로 크리에이터”라고 조언했다.

영어 교육 채널 ‘라이브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신용하 크리에이터도 “처음 유튜버에 도전할 때는 조회수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내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삶의 가치를 더해주는지만 바라보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면 조회수나 관심은 언젠가는 따라올 것”이라며 의견을 보탰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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