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O2O 강자 카카오도 '이사' 서비스는 손못댄다... 무슨 이유?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통상 이사 성수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 정도다. 3월에 신학기와 입주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많은 기업들이 3월 초 정기 인사를 내기 때문에 연중 이사 수요가 가장 많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부분 서비스를 처리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전성시대지만, 이사 서비스만큼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없다.

위매치다이사, 이사모아, 이사몰, 짐싸, 짐카, 다방이사, 24번가 등 수많은 중소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어 소비자 선택이 어렵다. O2O 사업자가 차별적인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사 산업은 대표적인 ‘깜깜이’ 시장이다. 5톤 이상 차량을 이용한 전문 포장이사는 비교적 매출이 투명하지만, 개별 자영업자의 1톤 트럭 이사를 포함한 전체 시장 규모는 사실상 추정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년 전입신고가 500만건 정도 이뤄진다는 사실과 가구당 평균 이사 비용을 50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대략적인 시장 규모를 2조5000억원 정도로 추정할 뿐이다. 이는 실제 업계 추산치인 약 20조원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이 투명하지 않은 만큼 소비자와 공급자의 정보 비대칭도 심하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어 바가지 견적을 받아도 소비자가 이를 알기 어렵다. 특히 소형 원룸 이사의 경우 이용자가 대략적으로 큰 가전제품, 이삿짐 박스 숫자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추산되는데, 실제 견적과 차이가 크다는 불만이 자주 제기된다.

실제로 한 이사 앱에 견적을 입력해본 결과, 업체에 따라 6만원부터 30만원까지 제각각 견적이 도착했다. 변수가 많아 제시된 정보만으로는 이사업체도 정확한 투입인력과 비용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사 당일 현장에서 추가요금을 부르다가 고객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잦다. 서울 성동구에서 이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원룸 이사라고 접수를 받았는데, 현장에 가보면 일반 가정집 규모 이사라 서로 감정을 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본업을 쉬는 날에 용돈벌이 삼아 하는 경우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단가가 너무 낮아져 기존 사업자들이 앱 중개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비스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 중 하나다. 이사는 아무리 짧아도 2~3년 주기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단골 고객 유치 필요성이 낮아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단순 운반 작업의 경우 일용직 노동자가 투입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용 후기 시스템을 도입한 플랫폼도 많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일부 업자의 경우 이사를 마친 후 보는 앞에서 고객에게 리뷰를 작성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피해사례도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포털사업자가 굳이 이사 O2O 사업에 직접 손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대리기사, 택시, 주차, 미용실 예약까지 수많은 O2O 사업에 손대고 있는 카카오도 이사 중개는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다음부동산에 '이사' 섹션을 추가하고 다이사(위매치다이사)와 콘텐츠 제휴(CP)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으나, 겨우 1년만에 계약 만료를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사와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부동산 중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지난 2014년부터 이사모아, 이사공간 등과 이사 견적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사 서비스까지 연계하지는 않았다. 현재는 이사 견적 서비스 제공 역시 중단한 상태다. 직방은 이사 관련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가 없다.

업계 1위 이사 전문 O2O 업체인 위매치다이사 역시 5톤 트럭 이상 장비를 갖춘 포장이사가 주력이다. 대형업체의 경우 비교적 서비스 품질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매치다이사는 이용자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비자평가등급' 제공을 가장 차별화된 서비스로 내세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에게 높은 등급을 주고, 품질이 떨어지는 업체에는 낮은 등급을 줘 자연 도태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는 시장규모가 크지만, O2O 활성화 난이도가 가장 높은 사업군 중 하나로 분류된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업자의 서비스까지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힘든데다, 고객 불만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다. 불만이 반복되면 플랫폼 브랜드에도 타격을 줘 운영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