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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합병은 나쁜 합병, LGU+ 인수는 좋은 M&A?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그때는 나쁜 합병이고 지금은 좋은 인수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확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CJ ENM이 보유한 CJ헬로 지분 50%+1주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이제 앞으로 LG유플러스에게 놓여진 가장 큰 숙제는 정부기관의 인허가 절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및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 변경인가가 모두 완료돼야 비로소 CJ헬로는 LG그룹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인허가 절차 이외에도 LG유플러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2년전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추진 당시 주장했던 논리들을 현 시점에서 입증하고 해명해야 하는 절차다. 당시처럼 경쟁사들의 강한 반대는 없겠지만 스스로 반대했던 길을 걸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과거 발언에 대한 해명절차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016년 LG유플러스는 KT와 함께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이었던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통합방송법 개정 등 정책환경이 완벽하게 조성된 후 M&A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여전과 비교해 현재 법제도 환경의 변화는 없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변화 여부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당시 공정위는 CJ헬로의 각 방송권역에 대한 집중도 심화를 우려해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방통위는 여전히 지리적 시장을 방송구역별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평가기준이 바뀔만한 명분을 찾아야 하는데 방송시장에서 큰 변화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이 유료방송 M&A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전체 위원회 입장은 아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다양한 사업자간 경쟁이 방송시장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분간 최대주주 지위만 유지하지만 결국은 합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한 답을 LG유플러스가 어떻게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LG유플러스는 IPTV와 케이블TV를 동시에 영위할 경우 가입자 기반을 배경으로 협상력을 높여 콘텐츠사업자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었다. 이 역시 LG유플러스의 이번 인수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KT와 함께 'SK 합병은 나쁜 합병'이라는 신문광고도 게재한 적이 있다.

광고에서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 추진으로 대한민국 통신 인프라가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신요금 추가 부담 및 업무중복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콘텐츠 산업이 일부 대기업의 소유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SK텔레콤은 35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독과점 기업의 이윤 추구로 판단했다. 중소 제작사 및 창작자의 의욕을 꺾어 한류 콘텐츠를 고사시킬 것으로 보았다. LG유플러스도 CJ ENM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과거 주장에 대해 어떤 해명을 내놓을지도 앞으로의 숙제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정책 무력화라는 주장도 펼친 바 있다. 알뜰폰 시장의 독행기업(Maverick)을 제거해 관련 시장의 가입자 감소 및 정부의 알뜰폰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이 같은 우려에 SK텔레콤은 합병 이후 알뜰폰 사업부문은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CJ헬로는 여전히 알뜰폰 업계의 독보적 1위 사업자이다. 알뜰폰 시장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CJ헬로의 비중은 과거보다 더 커졌다는 점에서 이부분에 대한 해명도 쉽지 않아 보인다.

SK텔레콤, KT는 인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LG유플러스 발목을 잡을만한 조건을 걸 가능성이 높다. 2년여전 SK텔레콤의 인수합병을 반대했던 논리가 지금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LG유플러스가 ‘3위 사업자’라는 점이다. LG유플러스가 앞으로 어떤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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