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긱 이코노미(Gig Ecomomy)’,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물건처럼 사람의 노동도 실시간으로 거래된다. 최저임금 이슈가 지난해 우리 경제 전반이 핵심 이슈였으나 한편으론 긱 이코노미의 관점에서보면 이제는 진부한 얘기일 수 있다. 

국내에서 디지털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로 섭외한 연주자들이 하는 공연 ‘긱’에서 그 어원이 유래됐다. 디지털 시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특정 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유연하고 독립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누구나 음식 배달, 대리운전, 가사노동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최근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 합의가 이뤄지면서 카풀 역시 큰 족쇄 하나를 벗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5개국의 경우 전체 노동인구의 25~30%가 플랫폼 노동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플랫폼 노동자 현황은 정확한 집계가 없어 9~30% 정도로 비중을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직업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 경력 단절자, 은퇴한 시니어 노동자로 갈수록 플랫폼 노동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매킨지는 2025년까지 긱 이코노미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전 세계 GDP 2%(2조7000억달러, 약 30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서 긱 이코노미는 투잡(Two job)족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가장 1인의 수입으로는 생계 유지가 힘든 가구 구성원들이 추가 수입을 얻기 위해 플랫폼 노동에 먼저 뛰어들었다. 아르바이트 부업은 세밀하게 근무시간을 조절하기 어렵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 노동은 1일 혹은 시간 단위까지 원하는 만큼 일을 할 수 있다. 육아, 학습 등 개인 변수에 맞게 근무 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대리운전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등장한 ‘카카오드라이버’는 학생 및 직장인도 누구나 대리운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운전면허 정도지만, 실제로 영업을 위해서는 콜센터 콜을 연결받기 위한 프로그램 사용비 등 고정비용이 든다.

카카오는 이를 모바일 앱 환경으로 옮겨오면서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퇴근 혹은 하교 경로와 맞는 대리운전 콜을 받아 운전하면 빠르게 귀가하면서 교통비와 수입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카카오드라이버 출범 이후 전체 대리기사 숫자는 기존 15만명에서 20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12만4000명이 카카오 플랫폼에 가입했다.  

글로벌 업체 우버가 2017년 선보인 ‘우버이츠’는 이륜차 대신 자전거나 도보 배달로도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었다. 전업 배달 대행 기사와 비교해 수입은 적지만 위험성이 낮아 전업 주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끈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이츠는 현재 서울 대부분 지역까지 범위를 넓혔다. 인천 등 일부 수도권 지역까지 빠르게 세를 확장 중이다. ‘숨겨진 맛집’뿐만 아니라 맥도날드 딜리버리 서비스 등 프랜차이즈 음식도 배달한다.

이와 유사한 플랫폼을 국내 업체들도 준비하고 있다. 배달 음식 시장 성장세와 비교해 배달 인력 수급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 배달은 하루 중 식사시간, 1년 중에는 겨울에 주문이 집중된다. 피크타임에는 배달이 늦어져 애를 태우는 음식점 업주들도 많다. 일반인 배달 인력은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공급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시간과 지역에 추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가 일반인도 손쉽게 음식을 배달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쿠팡 역시 연내 우버이츠와 유사한 ‘쿠팡이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쿠팡이 선보인 일반인 택배 ‘쿠팡플렉스’는 택배 지형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적 30만명 이상이 배송기사로 등록했다. 서비스 초기 배송 단가를 높게 책정해 ‘시간 당 수익이 2만5000원’이라는 말도 돌았다. 프로모션 비용이 빠진 지금은 수입이 감소했으나, 여전히 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택배업계 종사자들이 쿠팡플렉스로 이동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맨 시스템과 함께 '로켓배송'을 뒷받침하는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플랫폼 노동은 지역, 시간대별로 물량 쏠림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대리운전은 저녁 10시 새벽 1시까지가 부터 보통 피크타임이며 술집이 많은 번화가에서 호출이 많다. 음식 배달은 점심과 저녁 시간대에 인력이 가장 부족하다. 배송은 새벽에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카풀은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운영하기로 합의를 봤다.

이를 조합하면 각 플랫폼을 옮겨가면서 하루 종일 영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침에 카풀로 출근을 해서, 점심, 저녁에는 음식을 배달하고, 다시 카풀로 돌아와 심야시간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새벽에는 쿠팡플렉스로 택배 출근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륜차 운행이 가능하면 중간 비는 시간에 퀵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투잡'이 아니라 'N잡'으로 옵션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전문성이 떨어지므로 시간 투입 대비 수익이 높지 않은 편이다 체력 상 24시간 내내 일을 하기도 어렵다. 보통은 일부 일과만 소화한다. 중요한 점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하우가 쌓일수록 가장 효율적인 루트가 만들어진다. 

플랫폼 노동 확산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동시에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는 우려도 크다. 자영업자 혹은 특수고용자 신분이므로 고용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수입도 들쭉날쭉하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플랫폼 노동연대가 출범한 것도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한다. 현행 노동법이 변화하는 사회상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연대는 출범 선언문에서 "플랫폼은 승자독식 경제로 독과점을 가져오며, 불안정노동 정보통제 등의 문제점을 초래한다”며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산업정책 노동정잭 복지정책이 요구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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