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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알뜰폰’의 서로 다른 승부수, 관건은 5G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바야흐로 ‘금융 알뜰폰’ 시대다. KB국민은행에 이어 SK텔링크가 KEB하나은행·교보생명과 손잡고 알뜰폰 영역 확장에 나섰다. 금융실적에 따른 요금할인이 이들의 공통된 경쟁력이지만 각자의 전략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승부는 5G에서 갈릴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링크는 이달 1일 하나은행에 이어 최근 교보생명과 손잡고 알뜰폰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각각 하나은행의 금융 할인을 결합한 요금상품, 교보생명의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설계사 전용 요금제가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원조 금융 알뜰폰 서비스인 국민은행 ‘리브엠(Liiv M)’은 지난달 4일 정식 출시 이후 약 한달째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브엠의 구체적인 요금과 할인 폭은 이미 공개됐다. LTE 단일 요금제와 5G 요금제 2종에 최대 3만7000원 할인을 제공한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금융상품 실적에 따라 알뜰폰 통신요금을 대폭 할인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당행 계좌로 급여, 연금, 관리비 이체 등을 이용하면 요금을 할인받는 식이다. 보험사 전용 요금 역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이들을 위한 할인 혜택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근본적인 운영 방식은 다르다. 기존 알뜰폰 업체와 제휴를 맺은 하나은행·교보생명과 달리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 망을 빌린 정식 알뜰폰 업체다. 전자가 SK텔링크의 여러 알뜰폰 상품 중 하나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후자인 국민은행은 요금제 설계부터 판매까지 직접 한다.

그에 따른 장단점도 갈린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알뜰폰 고객들의 통신데이터를 확보해 자사 금융상품에 활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사업이 안정화되면 수익 창출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이 서비스 초기 이익을 내기보다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그래서다. 일단 LG유플러스에 내야 하는 망 도매대가만으로도 상당 부분 손해를 보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망 도매대가는 100GB 이상 LTE의 경우 62.5%, 5G의 경우 75% 수준이다.

반면 SK텔링크와 제휴 금융사들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 알뜰폰 관계자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으로 통신요금 할인을 상쇄할 수 있고, 여차하면 발 빼기도 쉽다”면서 “다만 제휴 관계에선 적극적으로 후속 서비스를 확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SK텔링크가 최근 금융사들과의 제휴를 늘리는 이유가 향후 5G 요금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알뜰폰 최초로 5G 서비스를 시작한 국민은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란 지적이다. 추후 금융 알뜰폰의 관건은 5G에서 갈릴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그간 5G는 통신사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 역시 연내 알뜰폰 업체에 5G망을 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알뜰폰 업체들이 5G 요금제를 선뜻 내놓긴 어렵다. 어차피 망 도매대가가 비싸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텔링크가 금융사들과 연계해 저렴한 5G 요금제를 출시한다면 국민은행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다. 5G 자체가 알뜰폰 시장에선 새로운 영역이어서 기존 업체들과의 차별화도 가능해진다. 다만 연내 5G 요금제 출시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5G망을 열어준다고 해도 SK텔링크가 5G 알뜰폰을 언제 출시할 수 있을지 정해진 바 없다”면서 “당장 하나은행이나 교보생명과의 제휴 요금제에는 5G보다 LTE·3G 요금제가 우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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