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오늘날 전기차의 심장과도 같은 리튬 배터리의 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만한 아이디어가 중국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른바 배터리 스왑(battery swap)이라고 불리는 배터리 교체 방식이다.
배터리 스왑이란, 전기차의 배터리가 방전되었을 경우 기존처럼 재충전하는 대신 배터리 교환소에서 풀(full)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24일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가 스왑 방식으로의 전환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최근 중국 언론 차이신 등에 따르면 CATL은 실제로 배터리 스왑 서비스 브랜드를 런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배터리 교체 방식으로의 전환을 두고 그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우선 배터리 교체 방식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현재 테슬라의 경우 방전된 배터리를 풀 충전하는 데는 최소 30분이 소요된다. 그러나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내외다. 전기차의 한계로 거론되던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특히 택시나 배달 차량 등에는 큰 이익이 될 만한 선택지기도 하다.
가격 절감으로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도 있다. 교환을 위해 배터리를 규격화 하면, 디자인 및 개발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결함 여부를 모니터링해 배터리 수명이 보다 연장된다.
반면 투자 비용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배터리 교환소 설치 비용은 충전소 설치 비용의 열 배 정도에 달한다. 교환소 내 배터리 물량이 여유롭지 않을 경우, 배터리를 얻기 위해 대기하는 운전자가 많아지면서 시간 절감이라는 장점이 무효가 될 여지도 존재한다. 기업으로서는 전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화재 위험 등에 노출되어 있는 배터리 특성상 수많은 배터리를 관리하는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배터리로 사고가 났을 때는 그 책임 소지가 불분명하므로 관련 법 개정도 필요하다.
블룸버그는 배터리 교체 방식의 유망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도입하는 지역의 특징을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2013년 캘리포니아에 배터리 교환소를 설치했지만 2년만에 문을 닫은 바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부분 단독주택에 거주해 충전 방식을 선호하는 미국이나 일일 주행거리가 적은 유럽에서는 배터리 교체 방식의 경쟁력이 비교적 떨어진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12월 신차 구입 현황을 살펴봤을 때, 5명 중에 한 명 꼴로 전기차를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전기차 소유주는 많지만 주거지의 인구 밀도가 높아 가정용 충전은 어렵다. 더욱이 땅 덩어리가 커 운전 시간이 길다는 특징도 교체방식이 선호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의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은 점점 더 커지는 추세다. 테슬라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니오(Nio)의 경우 현재 700개 이상의 배터리 교환소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밀고 있는 배터리 교체 방식이 머지않아 표준화가 되어,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