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스토리⑩]세 번의 창업과 네번의 취업

심재석 기자

[특별기획/내일을 향해 뛴다…′새내기 벤처 스토리′] 재미삶연구소 양준철 창업자

기자가 지난 3개월 동안 벤처스토리 연재를 위해 만난 청년 벤처 창업자들은 대부분 비교적 어린 나이에 IT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이 같은 관심 때문에 이들은 또래보다 일찍 사회에 진출했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은 벤처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와 용기의 밑거름이 됐다.

이번에 소개할 재미삶연구소 창업자인 양준철씨도 어려서부터 수많은 경험을 한 인물이다. 불과 25세에 불과한 그는 벌써 세 번의 벤처기업을 창업한 바 있고, 네 개의 직장을 경험했다.


그가 컴퓨터를 처음 시작한 것은 7세였다. 그는 당시 MSX-2 컴퓨터로 베이직 언어를 익혔고,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PC통신과 인터넷에 빠져있던 초등학교 시절에는 통신요금(전화비)를 줄이기 위해 사설 BBS를 운영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 동호회에서 20~30대 아저씨들과 함께 네트워크 기술을 공부하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이었다. 모 인터넷 전용선 회사의 운영자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원서를 냈다.

 

회사측은 지원자가 중학생인 것을 보고 놀랐지만, 기술 테스트를 거친 후 웹서버와 메일서버의 운영을 맡겼다. 양준철씨는 “무언가 대가를 받고 일을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때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해도 너무 적은 보수를 받았기 때문에 스스로 직접 회사를 운영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30대가 됐을 때 세계적인 사업가가 되기 위해 10대부터 준비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를 선택할 때 벤처창업을 지원해 주는 학교를 물색했다. 수소문 끝에 평택에 있는 청담정보통신고등학교의 창업지원을 약속을 받고 진학했다.

그의 계획대로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벤처 창업에 몰두했다. 포스코 과학 홈페이지 경연대회 수상자 모임에서 만난 학생들과 함께 처음으로 회사를 설립한 것. 그의 첫 회사는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 제작, 호스팅, 시스템통합(SI)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IT업체였다.

처음에는 사업이 잘 진행됐다. 고등학생의 창업 스토리는 각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TV를 비롯해 각종 매체에 그들의 회사가 소개됐고,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회사가 유명해지자 이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법적인 지식이 약한 그들과 거래하면서 몰래 계약서에 지분 양도 내용을 포함시키는 어른들이 있을 정도였다. 결국 첫 번째 사업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지만 끝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두 번째 창업도 고등학생 때였다. 이번에는 직접 창업한 것이 아니라 대학생 형과 함께 3D쇼핑몰을 열었다. 벤처 붐을 타고 대대적인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금에 흥분한 젊은 사장은 투자금을 연구개발 대신 엉뚱한 데 써버리기 일쑤였다.

그는“기업가가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가 없으면 어떤 결말로 치닫는지 배웠다”면서 “창업할 때는 왜 비즈니스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를 확고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실패 후 성인이 된 그는 창업보다는 사회경험을 위해 취업에 나섰다. 그가 입사한 곳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이었다. 그러나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20세에 불과했고 사회 생활 경험이 전무한 그는 조직생활의 노하우를 전혀 몰랐다. 조직 내 갈등 때문에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 다음 회사는 다음의 자회사인 나우커뮤니케이션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들어갔던 나무커뮤니케이션에서 이수형 사장의 눈에 띄어 정직원이 됐다.

그는 “나무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면서 고등학교 때 했던 사업들이 왜 망했는지 배웠다”고 말했다. 기술에만 눈이 밝았던 그는 나무커뮤니케이션에서 기획이란 무엇인지 깨달았고, 과거에 대한 반성을 계속했다.

이후 이수형 사장이 나무커뮤니케이션을 떠나면서 네오위즈로 자리를 옮겼다. 네오위즈에서는 검색엔진 TFT에서 일했는데, 나중에 이 TFT가 첫눈으로 분사하면서 첫눈의 멤버가 됐다.

하지만 첫눈은 NHN에 인수되고 말았다. 그는 NHN에 합류하기 보다는 자신의 멘토인 이수형 사장이 있는 투어익스프레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수형 사장은 만년적자에 허덕이던 투어익스프레스를 흑자로 돌려놓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투어익스프레스의 대주주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핵심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투어익스프레스를 매각했다.

결국 이수형 사장과 그는 회사를 떠났다.

투어익스프레스를 떠난 그는 세 번째 창업에 도전하게 된다. 온오프믹스를 운영하는 재미삶연구소이다. 그는 재미삶연구소를 창업한 후 온오프믹스를 인수했다.

온오프믹스는 각종 이벤트나 행사 등을 온라인으로 관리할 수 있는 사이트다. 이벤트 주최측은 별도의 행사 웹사이트를 만들 필요도 없고, 등록 시스템이나 결제 시스템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온오프믹스를 통해 개설되는 이벤트만 한달에 40~50개 정도에 달할 정도로 인기 서비스로 떠올랐으며, 소프트뱅크미디어랩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리트머스2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현재 모 여행사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병역의무가 끝나면 다시 재미삶연구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재미삶연구소라는 이름은 '재미있는 삶을 연구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재미있는 삶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연 사회는 그가 꿈꾸고 있는 것 만큼 재미있고 아름다울까.

 

어른의 입장에서, 인생 선배로써 기자는 몇가지 충고해주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앞으로 그가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체험해야할 것들이다.

그는 “IT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창업이 아니라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래의 친구들은 아직 대학조차 졸업하지 않았을 나이인 25세에 어찌보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가 어떤 경험들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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