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한국HP, “x86 서버 가격 거품 뺀다”…업계 영향은?

백지영 기자

- 권장 소비자 가격 및 할인율도 1/4 수준으로 하향 조정…실제 구매 가격은 동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한국HP가 최근 자사의 x86 서버 권장 소비자 가격, 일명 리스트 프라이스(List Price)를 대폭 낮췄다. 대신 할인율 역시 낮췄기 때문에 실제 구매 가격은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HP가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최근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실제 구매 가격은 동일…투명한 가격 체계 형성될까=10일 한국HP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HP는 지난 3일부터 자사의 x86 서버 제품군의 리스트 프라이스를 기존 가격의 1/4로 낮췄다고 총판과 파트너사 등에 공지했다.

쉽게 설명하면 예전에는 100원(리스트 프라이스)하던 서버 제품의 경우, 보통 총판이나 파트너사를 통해 약 80%에서 많게는 90%까지 할인된 금액인 10~20원(실제 구매가) 정도에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HP가 추진하는 내용은 리스트 프라이스를 기존의 약 1/4 정도 가격인 약 75원으로 낮추는 대신 할인율 역시 약 1/4 수준으로 낮춰 결국은 기존에 공급받던 실제 가격인 약 20원대에 판매되게 되는 셈이다.

즉, 소비자가 공급받는 가격은 20원대로 동일하다.

공급가격은 달라지지 않는데도 왜 한국HP는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만의 기형적인 제품 할인율 경쟁에 있다.

제품 판매를 위한 서버 업체들의 과다한 할인 경쟁은 과장된 리스트 프라이스 형성으로 이어졌고, 실제로 소비자들 역시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싸게 샀다는 인식 때문에 리스트 프라이스는 계속해서 높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이처럼 할인율이 70~80%에서 많게는 90% 이상까지 가능한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다보니, 서버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선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

한편 한국HP의 이번 결정은 아태지역(AP) 본부의 강력한 가이드라인에 의해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다른 나라들의 경우, 국내처럼 할인율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적용되는 나라는 없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설득 쉽지 않을 것”…성공 여부 관건=한편 이 같은 리스트 프라이스 조정은 이전부터 많은 업체들이 시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던 만큼,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한국HP는 물론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도 이러한 시도를 몇차례 했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할인율을 낮추고 가격을 정상화시켰다고 할지라도, 경쟁사들의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방식대로 돌아갔고 이러란 관행이 반복하면서 현재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번 한국HP의 조치에 따라, 실제 소비자들은 제공받는 공급가는 같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혼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총판이나 파트너사들이 받는 마진 역시 어느 정도의 영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파트너사 관계자는 보통 x86 서버 매매가 이뤄질때 고객 입에서 나오는 첫 번째 나오는 말이“몇 퍼센테이지(%)까지 DC가 가능합니까?”라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서버 구입시 할인율(DC)을 통해 협상을 하는데, 공급가격이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고 DC에 익숙해 있던 고객들에게 혼선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HP 측은 이와 관련, 다음주 중으로 자사의 x86 서버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가격 정책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시장에 영향 있을까”…업계 예의주시=지난 1분기(1월~3월) 기준으로 약 47.3%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한국HP는 1위 사업자로써 부풀려져 있는 리스트 프라이스를 낮춤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 경쟁 구조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위와 3위에 올라있는 한국IBM과 델코리아 등의 향후 대처 방안이 주목된다.


델코리아에 따르면, 주문 직후 바로 출고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트 프라이스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등은 현재 리스트 프라이스 대비 70~80%로 형성돼 있는 할인율을 낮출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한국HP의 이번 방안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특히 한국HP의 공공부문 고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공공기관들의 경우, 할인율이 높을수록 윗선에서 결제받기가 쉬웠는데 이번 조치로 일부 혼선이 있을 수도 있어, 영업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