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IT행사장의 군계일학... ‘에반젤리스트’ 를 아시나요?

심재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IT업계에 '전도사'가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교회도 아니고 웬 전도사냐구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일부 기술기업들은 자신들의 기술을 시장에 널리 전파시키기는 역할을 전담으로 하는 ‘에반젤리스트(evangelist, 전도사)’라는 명칭을 붙인 전문가를 두고 있습니다.

에반젤리스트는 IT업계에서도 특이한 직업입니다. 보통 세일즈, 영업, R&D, 마케팅, 컨설팅 등으로 부서를 분류하는데, 에반젤리스트는 이중 아무 부서에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MS의 경우 에반젤리스트들은 ‘개발자 플랫폼 사업부’라는 특이한 부서에 소속돼 있습니다.

과연 에반젤리스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MS의 에반젤리스트 3인방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에겐 낯선 IT 에반젤리스트라는 직업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참석자는 모바일 에반젤리스트인 서진호 부장(이하
서진호 ), IT프로 에반젤리스트인 백승주 차장(이하 백승주 ), UX 에반젤리스트인 황리건 차장(이하 황리건)입니다. 대담은 지난 15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회의실에서 이뤄졌으며, 저(심재석 기자)와 한국MS 홍보실 안자현 부장(이하 안자현)이 진행했습니다.

대담 전경

MS 에반젤리스트들이 모여 '에반젤리스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심재석 : 안녕하세요. 바쁘신 분들이 어렵게 한 자리에 모이셨네요. 모두 마이크로소프트(MS) 에반젤리스트(전도사)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을 하신데요. 어떤 분들은 교회도 아닌데 웬 전도사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도대체 에반젤리스트가 무엇인가요?

황리건 차장

황리건 차장

황리건 : 일반적으로 인터넷 전도사, 커피 전도사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MS의 에반젤리스트도 비슷합니다. 어떤 한 분야를 좋아하고, 열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다만 혼자 수용하는 사람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얼리어댑터입니다. 에반젤리스트는 얼리어댑터와 달리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분야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한테 좋은 정보나 가치, 소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백승주 : 에반젤리스트는 신기술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하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청사진을 그리고, 그 기술이 어떤 가치로 다가올 것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떻게 바뀔 지 설명합니다. 신기술의 충격파를 줄이고, 시장에서 빠르고 쉽게 흡수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이야기를 내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시장에서 MS의 기술에 대한 피드백을 내부에 전달하기도 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시장과 MS 사이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제 담당은 ‘IT프로’입니다. 일반 개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IT관계자를 IT프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IT프로는 42만7000명 정도 있습니다.

서진호 : 개발자들이나 IT프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직업이 아닐까요. 에반젤리스트와 유사한 직업군이 테크니컬 세일즈, 테크니컬 컨설턴트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디언스(청중)라고 해서 많은 개발자나 IT프로를 담당합니다. 반면 테크니컬 세일즈나 컨설턴트는 한정된 문제를 해결합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록스타처럼 무대에서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직업입니다. 현재 저는 모바일을 맡고 있습니다.

심재석 : 제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닌데, 에반젤리스트는 보통 무슨 일을 합니까?

서진호 : 다양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안에서 글을 적고, 오프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강연을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경쟁회사의 세미나에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회사 내에서 공유하는 역할도 합니다.

안자현: 서진호 부장님은 윈도폰7 미국에서 출시행사 할 때 새벽에 트위터에서 생중계 하기도 하셨죠?

서진호 : TJ(Twitter Jockey)라고 볼 수 있죠(웃음).

심재석 : 저도 봤어요. 저처럼 영어 못하는 사람한테는 큰 도움이 됐죠(웃음) .

황리건 : 에반젤리스트는 제품이 잘 퍼질 수 있도록, 기술이 잘 전파되도록 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분야마다 다릅니다. 최근에 저는 인터넷익스플로러9(IE9) 출시를 준비했는데, 행사장에서의 발표에서부터 행사기획, NHN과 같은 파트너 업체들이 잘 발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 했습니다.

심재석 : 그럼 MS에 입사할 때 처음부터 에반젤리스트로 입사하나요?

황리건 : 네.

심재석 : 에반젤리스트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있나요? 반드시 이공계를 나와야 한다든지, MS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든지…

서진호 : 이공계를 나오면 좋긴 하겠지만, 인문학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한테 이해를 시키려면 이공계 지식만 가지고는 안 됩니다. 그 사람이 얼마만큼 기술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 그 열정이 얼마나 MS에 도움이 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정만 있으면 3년하고 나면 지칩니다.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잠재력과 열정이 없으면, 에발젤리스트에 맞지 않습니다.

백승주 : 어떤 기술에는 입에 게거품을 물 정도로…(웃음)

황리건 : 게거품을 물되, 듣는 사람이 피곤해 하면 안됩니다.

백승주 : 일종의 약장수(웃음)

황리건 : 입사할 때 면접을 4~5번 봤습니다. 질문도 희한한 것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면, “디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IT분야 이외의 예를 들어 설명해봐라” 이런 식입니다. 저는 IT쪽에서만 일해서 IT만 생각했습니다. IT 이외의 예를 들으라니까 매우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승주 차장

백승주
: 에반젤리스트는 자기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하지만, 너무 공부만 하면 안됩니다. 기술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 설명을 할 때 기술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탁소와 세탁기의 예를 들어 클라우드 컴퓨팅을 설명하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심재석 : MS에 합류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황리건 : 엔지니어였습니다. 게임도 만들고…

서진호 :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습니다. 회사업무는 시스템 통합, 모바일 솔루션개발, PDA 프로그램 개발해서 다른 회사에 납품하는 일을 했습니다. MVP(MS 제품 전문가, MS Most Valuable Professionals) 활동을 했습니다. MVP는 에벤젤리스트와 비슷한 활동을 합니다.

심재석 :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알리는 직업이라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을 듯합니다. 출시되기 전이라 본사에도 자료가 많지 않을 텐데.

백승주 : 자료가 아예 없을 때도 많습니다. 대부분 맨 땅에 헤딩하는 거죠. 베타 버전 나오기 직전에 설치해 보면 안 되는 기능이 많습니다. 저희도 안 된다고 욕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타를 써 본 고객들이 왜 안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죠. 그래서 본사에 왜 안되냐고 따져 물으면 “베타버전에서는 원래 안돼. 정식 출시 때 되게 할거야”라는 답을 듣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즐기지 못하면 에반젤리스트 생활은 매우 힘듭니다.

안자현 : 그래서 R&D 부서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지요?

황리건 : 시장의 이야기를 본사 R&D에 전달할 때가 많습니다.

심재석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에반젤리스트는 딱히 정해진 업무가 없이 자유롭게 블로그, 소셜미디어, 강연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 기업에 소속된 직원으로서 업무성과를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에반젤리스트에 대한 평가 기준은 뭔가요?

황리건 : 저희는 평가기준을 스스로 정합니다. 다른 팀에서 원하는 게 뭔지, 제품 개발부서나 마케팅 부서가 원하는 게 뭔지, 저희는 어디까지 지원할 것인지 스스로 정합니다. 물론 블로그 게시 건수나 조회수 등을 지표로 잡을 수도 있습니다.

백승주 : 본사에서 내려오는 평가기준도 있습니다. 물론 매니저와 이 기준에 대해 협의할 여지는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도 숫자지만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지가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진호 부장

서진호 부장

서진호 : 제일 중요한 것은 만족도인 것 같습니다. IT개발자나 IT프로가 저희의 제품, 문화 등에 대한 얼마나 만족도가 높은지 제일 중요합니다. 에반젤리스트가 현재 제품이나 신제품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가가 평가의 중요한 잣대입니다. 만족도 조사를 위해 랜덤으로 설문을 돌리기도 합니다.

안자현: 제품을 출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텐데, 자식 같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도 있나요?

백승주 : 제 손을 거쳐가면 다 그래요. 너는 왜 윈도만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윈도만 하는 것은 아닌데, 윈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함께 좋아지기 때문에 윈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뿌듯한 제품은 윈도7입니다. 윈도7은 비스타보다 호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품 출시행사는 끝나고 나면 허전합니다. 행사 끝나면 무대 부수는 게 제일 아쉬워요.

황리건 : 신물이 날 정도로 한 제품을 보고 또 봐야 하고, 똑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계속 제품을 들여다 보면 제품을 개발한 사람보다 속속들이 알게 됩니다. 저는 실버라이트, IE9, HTML5 등 UX 분야에 잘 맞았습니다.

심재석 : 서 부장님의 경우는 윈도 모바일 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했고, 윈도폰7은 아직 국내에 나오지도 않아서 전도하는데 어려움이 컸을 것 같습니다.

서진호 : 그냥 즐기면 됩니다.(웃음) 윈도 모바일6.5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공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보안, UX, 브라우저 등이 경쟁기업보다 떨어져서 불평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견고하게 2세대 제품들을 배우고 있는데, 반응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좀더 빨리 한국에 윈도폰7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넉넉히 갖고 기능∙성능도 업데이트 하고,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포함돼서 나오면 더 만족도가 높을 것입니다. 저도 한 1년 정도 철저하게 준비하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재석 : 제품이 다 좋으면 전도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어떤 제품은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땐 어떻게 전도합니까?

백승주 : 아무래도 MS가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전문업체보다 부족할 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만든 사람한테 물어봅니다. 물어보면 그가 만든 기능에는 철학이 있습니다. 잘 돌아가지 않을지라도 마냥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만든 사람은 이런 것을 원했다고 전달합니다. 문제를 덮을 수 만은 없습니다.

서진호 : 단기적으로 기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반젤리스트는 비즈니스, 기술 등에 대해 본사와 논의를 많이 합니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전략에 반영하는 게 MS문화의 큰 장점입니다.

사실은 본사가 필드에 있는 고객을 우리보다 만나기 쉽지 않습니다. 저희는 접점이 돼서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향후 3~5년, 다음 버전에 반영됩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거죠. 윈도 비스타에서의 안 좋은 경험을 윈도7에서 만회한 것도 이런 것입니다.

황리건 : 저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 있습니다. MS 제품은 버전3부터 좋아진다는 그런 말도 있잖아요. 우리(MS)가 새로 하는 분야를 보면 당장은 좀 부족하더라도 버전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좋아집니다. 제품이 좋으면 에반젤리스트는 필요 없죠.

심재석 : 에반젤리스트로서의 보람이 있다면요?

백승주 : 에반젤리스트의 좋은 점은 시장이 약간씩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윈도7 출시할 때 베타, 소비자 대상, OEM 대상, 기업 대상으로 출시 범위를 넓혀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윈도7을 알아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IT엔지니어 시절에는 기술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반젤리스트가 된 이후에는 기술이 어떻게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지 볼 수 있게 됐습니다.

황리건 : 이 일이 재미있는 것은 한 나라의 한 분야를 대표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에반젤리스트하면 서진호 부장님이 딱 떠오르는 것처럼 각 나라에는 특정분야를 대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가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백승주 : 제가 배운 점은 큰 그림 그리는 법입니다. 배우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이제는 인트로만 보면 대부분 뭔지 알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시장을 볼 수 있으면 된다. 속속들이 다 알 필요는 없다. 시장을 자세히 보면 어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 통찰력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에반젤리스트의 말을 들으니 왠지 멋있는 직업처럼 느껴지지 않습니까? IT분야의 록스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네요.

에반젤리스트의 업적을 느낄 수 있는 제3자의 한 마디를 들어볼까요? 삼정데이터시스템 박 찬 팀장의 말입니다.

“MS 행사나 타 벤더의 행사에서 백승주 차장님이 발표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발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윈도 제품에 대해서 해박하고 엔지니어에게 필요한 현재의 기술이나 관리자에게 필요한 미래의 기술에 대해서 막힘없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MS트 제품을 도입 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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