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정부가 소프트웨어 기술자 신고제 개선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 27일 개발자 등급제는 폐지하고, 경력관리 기능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신고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 점은 다행이다. 또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됐던 SW기술자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박수를 칠 일이다.
하지만 개발자 등급제는 폐지하지만, 기술자 신고제 자체는 유지하며 경력관리를 중심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국가가 헤드헌팅 회사도 아니고, 왜 굳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력을 관리하려는 것일까?
지식경제부는 “SW기술자 경력관리는 SW업체의 잦은 폐업 등에 따른 기술자의 경력 보호 및 체계적인 경력관리를 위해 필요하며, 발주 및 채용시 기술자의 등급보다 경력을 중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SW 기술자 신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다. 실제로 SW 기술자들은 회사의 폐업이나 이직이 잦기 때문에 경력관리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력은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 줄 영역이 아니다. SW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직장인에게는 체계적인 경력관리가 중요하다. 기자들도 회사를 옮길 때 경력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나의 경력을 국가가 나서서 관리해줄 필요는 없다. 경력관리는 개인의 일이며, 그 경력에 대한 판단과 검증은 고용회사의 몫이다.
영업, 마케팅, 회계, 관리, 연구개발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경력관리가 중요하지만, 국가가 나서서 이 경력을 관리해주는 경우는 없다. 국가가 유독 SW 개발자만 경력을 관리해 주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힘들다.
처음에 국가가 기술자들의 경력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기술자들에게 등급을 매기기 위한 것이었다. 등급을 매겼던 이유는 공공부문 정보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기술자들에게 기술 숙련도(등급)에 따라 차별적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임금 차별화를 위해 기술자들의 등급을 매겼고, 등급을 매기기 위해 경력을 관리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정부는 등급제를 없앴다. SW 대가기준도 지난 2월 폐기됐다. 국가가 SW 기술자들의 경력을 관리하려고 했던 원천적 이유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앞으로 SW기술자들에게 계속 비용을 들여 경력을 신고하라는 것은 ‘이권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하는 괜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