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블록체인] 개발은 쉬워졌고 사용사례는 많아졌다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2020년 블록체인 업계는 진입장벽을 낮춘 한 해를 보냈다. 블록체인 클라우드나 개발도구가 여럿 출시된 영향이다.
개발이 쉬워지고 산업이 성숙해지면서 실사용사례도 다수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신원인증(DID)이 사용처를 크게 넓혔으며,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한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도 등장했다.
◆전문인력 없이도 블록체인 도입한다= 블록체인은 도입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기술이다.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고, 서비스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싶은 기업들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진입장벽이 있었다. 신기술인 만큼 블록체인 전문 개발자들을 구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올해 블록체인 기술기업들은 이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블록체인 전문 인력이 없어도 클라우드, 개발도구 등을 활용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블록체인 서비스가 많아지게끔 했다.
특히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한 기업들이 눈에 띄었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해당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가 많아야 시장성을 갖출 수 있다. 자체 개발도구를 출시할 경우 서비스들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X는 지난 10월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Blockchain-as-a-Service) ‘KAS (Klaytn API Service)’를 출시했다. 누구나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게끔 한다는 취지다.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은 기업들은 KAS를 이용해 블록체인 상 기능들을 API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BaaS의 원조 격인 람다256의 루니버스도 개발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루니버스 블록체인에 연결된 사이드체인을 제공하면, 고객사는 해당 사이드체인을 프라이빗 블록체인 형태로 쓰면서 독립적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지난 7월 루니버스는 이 사이드체인을 여러 기업이 공유할 수 있는 공유형 블록체인도 출시했다. 개발 비용을 더욱 절감하라는 취지다. 이 같은 방식으로 루니버스는 10월 기준 1200곳이 넘는 기업고객을 끌어모았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의 라인블록체인도 개발도구 ‘라인 블록체인 디벨로퍼스’를 출시하면서 플랫폼으로서 행보를 강화했다. 지난 10월에는 개발도구를 활용해 라인블록체인을 도입한 8개 기업을 발표하기도 했다.
◆DID 중심으로 사용사례 증가…일상화된 블록체인= 서비스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실사용사례도 증가했다. 일례로 노래방 디앱 ‘썸씽’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홈노래방’을 찾는 이용자들이 늘면서 11월 기준 다운로드 수 50만 건, 이용자 33만명을 돌파했다.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개발된 썸씽은 최근 라인블록체인 버전 디앱도 개발하기로 했다. 라인이 구축해둔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다.
활용 사례 증가는 DID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DID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중앙기관 없이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 사용자는 발급 받은 DID 인증을 다른 기관이 아닌 자신의 기기에 직접 저장할 수 있다. 이후 인증이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신원을 증명하면 된다.
국내에선 블록체인 기업들이 DID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도입하려는 회원사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연합체가 구축돼있다. 현재 국내 DID 연합체는 ▲블록체인 기술기업 아이콘루프가 이끄는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 ▲SK텔레콤이 주도하고 나머지 통신사가 합류한 ‘이니셜 DID 연합’ ▲블록체인 기술기업 코인플러그가 이끄는 ‘마이키핀 얼라이언스’ ▲보안기업 라온시큐어가 중심인 ‘DID 얼라이언스’ 등 4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합체들은 회원사를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사용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아이콘루프는 제주도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방문자를 체크하는 데 마이아이디를 적용했다. 신한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쏠(SOL)에 마이아이디를 도입하면서 은행권에도 DID 기술을 적용했고, 채용 플랫폼 사람인의 증명서 서비스에도 마이아이디를 도입했다.
마이키핀 얼라이언스의 코인플러그도 부산시 산하 창업지원센터 출입증에 DID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또 무인 편의점 기업 HP리테일과 협업해 무인편의점 출입에도 DID가 쓰이도록 헀다.
라온시큐어는 행정안전부 모바일 공무원증에 자체 DID 플랫폼 ‘옴니원(OmniOne)’을 도입했다. 또 병무청의 DID 기반 민원신청 시스템, 경남도청의 DID 기반 도민카드 발급 사업 등이 옴니원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인증이 부상하고,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DID는 더욱 각광받을 전망이다. 최근 DID 표준화 포럼을 개최한 오진영 KISA 블록체인진흥단장은 “최근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중요해졌고, DID는 이에 최적화된 맞춤형 기술”이라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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