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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무단 사이트 미러링은 위법”…임의 데이터 수집에 경종

이민형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특정 웹사이트에 게시된 콘텐츠를 무단으로 미러링(mirroring, 복제 게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임의 데이터 수집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키사이트 엔하위키미러가 폐쇄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엔하위키미러는 또 다른 위키사이트 리그베다위키의 콘텐츠를 미러링하는 웹사이트다. 리그베다위키측은 엔하위키미러가 자신의 사이트를 무단으로 미러링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 인터넷 사이트 명칭 사용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걸었다.

이번 소송의 시작은 이렇다. 엔하위키미러는 리그베다위키의 콘텐츠를 사용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도록 복제한 웹사이트다. 과거 리그베다위키 서버 불안정으로 인한 사용자 불편이 제기될 당시 만들어져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엔하위키미러는 리그베다위키를 지속적으로 크롤링(crawling)해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오면 이를 자신의 웹사이트 반영하는 형태로 운영을 지속해왔다.

리그베다위키측은 “데이터베이스(콘텐츠)의 복제 등으로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는 이유는 저작권법에 위배될 것”이라며 “엔하위키미러는 리그베다위키에 무임승차해 별도의 노력없이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제93조제2항에 따르면 데이터베이스의 반복적인 복제는 위법이다. 따라서 엔하위키미러의 행위도 위법이라는 것이 리그베다위키측의 주장이다. 미러링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위법행위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부정경쟁행위라는 점은 인정했으나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는 리그베다위키 사이트에 담긴 콘텐츠가 웹사이트 관리자가 아닌 불특정다수의 사용자들이 작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은 “리그베다위키 약관에 의하면 사용자가 작성한 게시물의 저작권이 그 작성과 동시에 채권자(리그베다위키 운영자)에게 양도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정한 웹사이트에서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게시물의 저작권이 운영자에게 양도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채권자가 사용자들에게 게시물 작성 또는 수정에 대가를 지급했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 사용자가 작성한 콘텐츠가 약관에 의해 특정 웹사이트에 귀속되더라도, 웹사이트 운영자가 이에 대한 저작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자신이 직접 작성하거나, 계약 등을 통해 작성된 콘텐츠가 아니라면 저작권 행사가 어렵다.

법원은 저작권권과 달리 부정경쟁방지법은 인정했다.

법원은 “엔하위키미러는 리그베다위키의 게시물을 그대로 복제해 게시하고 있을 뿐 독자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점, 리그베다위키의 옛 이름인 엔하위키에 ‘미러’라는 단어가 추가됐으나 여전히 ‘엔하위키’ 부분은 채권자의 권한에 포함”된다며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선의의 목적으로 한 미러링 행위도 원 웹사이트 운영자의 판단에 따라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를 통해 무단 미러링, 크롤링에 대한 제재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는 “이 결정은 특정 사이트를 무단으로 미러링해 콘텐츠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경우, 무임승차로 위법한 부정경쟁행위라는 점을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결정의 취지는 무단 크롤링 행위나 무단 포크사이트 개설 등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결정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소명 부족으로 배척된 일부 주장(저작권법)은 본안소송에서 다시 보강해 재판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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