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국산 클라우드업계가 AWS와 맞서는 방법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아마존웹서비스(AWS) 코리아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연례 클라우드 컨퍼런스인 ‘AWS 서밋 서울’을 개최했다.

올해로 5년째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무려 2만2000여명이 사전 등록했으며 실제 참가자도 1만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부터는 파트너 및 고객사의 제품 및 서비스를 전시하는 ‘AWS 엑스포’도 별도로 꾸렸다. AWS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엑스포 규모 참가기업은 2배로 늘었다.

특히 AWS의 행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고객사가 등장해, 클라우드 적용 사례를 직접 발표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삼성전자와 롯데쇼핑, GS칼텍스 등 대기업 담당자가 무대에 올랐다.

보통 대부분의 기업은 특정 서비스나 솔루션을 도입했다는 점을 잘 알리지 않는다. 국내 기업은 더 보수적인 편이다. 하지만 AWS 행사에선 다르다. 이들의 발표를 듣고 있으면 마치 AWS 도입이 디지털 혁신에 앞장서는 것처럼 느껴진다.

공교롭게도 AWS 서밋이 진행되는 동안 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은 자사 데이터센터로 기자들을 초청해 그동안의 성과 및 향후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큰 인프라를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몇 년 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클라우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AWS은 이미 국내에 6년 전 진출했고, 2016년엔 서울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며 삼성, LG 등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맞이했다. AWS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해외 기업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올 상반기 중엔 오라클, 내년 초엔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과 금융 분야가 올해부터 클라우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방되는 만큼, 시장의 관심도 크다. 이 국내 기업 대표는 “기술과 서비스 상품, 운영지원 능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벤더 플랫폼을 더 잘 쓸 수 있도록 손과 발을 내어주고 있는지 안타깝다”며 “자존심도 없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 IT서비스업체들이 해외 벤더의 파트너가 돼 적극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돕고 있는 환경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그는 또 “대한민국에서 클라우드를 한다는 것이 외롭고 힘들다”며 “우리나라에도 쓸 만한 클라우드 기술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이나 자동차 분야와 같이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스스로의 기술로 만든 플랫폼으로 해외기업과 경쟁하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국산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세계화는 그동안 우리나라 IT업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수많은 SW기업이 생겼지만 오라클 IBM과 같은 글로벌 업체로 커가는 데는 한계를 노출했다. 당시 많은 이들이 국산 SW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정부가 ‘공공시장’을 통해 SW업계를 강제로 생존케 했다는 점을 들었다. 공공시장이라는 안정적 시장이 있으니 SW기업이 여기에 기대어 스스로 제품 개발과 혁신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어떨까. 이미 일반 기업 시장은 AWS라는 거대 공룡이 자리하는 분위기다. 남은 것은 공공과 금융. 하지만 우리는 이들 시장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게 만든다는 경험을 이미 했다.

어차피 클라우드 시장은 오픈소스 기술을 통해 전세계가 함께 발전하는 분야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매끄러운 운영 지원 등 노하우가 경쟁력으로 자리할 수 밖에 없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이러한 시장의 유혹을 이겨내고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를 바란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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