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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과연 더 필요한가

박기록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5일 발간한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 (2019년 특별호)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편집 사정상 관련 내용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
- “메기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금융권 냉정한 평가
- 기존 은행권, 디지털뱅킹 재빨리 대응… 서비스 경쟁력 강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5월26일, 금융위원회는 외부평가위원회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키움·토스뱅크 컨소시엄중 최소한 한 곳은 예비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점쳤으나 모두 탈락한 것.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이 미흡했고, 토스뱅크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함이 탈락의 이유로 꼽혔다.

지난 7월16일, 금융위원회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절차를 오는 10월중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10월10일∼15일 예비 인가 신청이후 신청일로부터 60일 안에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어서 빠르면 연내에 제3인터넷전문은행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은 편이다. 앞서 고배를 마신 키움, 토스 컨소시엄이 각각 재도전할 것인지 그리고 이들외의 제3의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호응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과연 필요할까

키움과 토스 컨소시엄이 1차 예비심사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것 과는 별개로, K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잇는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현재 우리 금융시장에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한 번쯤 자문해 볼 시기가 됐다.

관련하여 몇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혁신을 촉진할 '메기'의 역할은 성공적으로 수행했는지 ▲‘씬파일러’와 같은 저신용자들이 과연 인터넷전문은행의 혜택을 누렸는지 등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권의 디지털 혁신을 촉발시키는 동기부여는 됐을지 몰라도 아직까지는 기존 은행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정도의 위협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7년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기존 은행권은 적지않게 긴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현재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협적인 경쟁자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

기존 은행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도 새롭게 이용하게됐지만 그렇다고 기존 주거래 은행을 바꿀 정도의 충성도의 전이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직은 고객들의 ‘보조 은행’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저조한 근본적인 이유는 본질적인 경쟁력, 즉 혁신적인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은행들이 지난 2~3년간 꾸준하게 비대면 디지털뱅킹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결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존재감은 부각되지 못했다.

은행권 디지털혁신 경쟁은 촉발시켰지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금융그룹 고객 11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것을 분석해 작성한 ‘2018년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의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온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사용율이 증가했다가 나중에는 다시 이용하지 않게됐다”는 응답이 눈에띤다. 설문조사 대상 부자들은 34.7%가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입한 경험이 있다. 이같은 분석결과는 설문대상자가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얘기다.

부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신규 계좌를 개설하게 된 주된 이유는 ‘호기심’때문으로 분석됐다. 계좌개설의 간편성이 장점으로 꼽혔다. 수시입출식 계좌 21.4%, 대출계좌 13.8%, 체크카드 발급 13.8%, 정기예금 및 정기적급 가입 6.9% 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 경험은 있으나 현재는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한 결과가 43.4%로 나타나 인터넷전문은행을 계속 활용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안문제 30.0%,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차이점을 못 느낌 27.1%,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데 따른 불편함 23.4% 순으로 그 이유를 밝혔다.
고객들은 기존 시중은행들이 제공하는 인터넷뱅킹서비스(모바일뱅킹 포함)만으로도 충분히 편리성은 확보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반 은행과 차별화되는 고객 유인전략을 마련하는데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이 혁신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려면 인공지능, 빅데이터분석 등 IT인프라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측면에서 본다면,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 경쟁력을 위해 ICT 대주주의 출자제한 한도를 철폐한 것은 긍정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그룹에 속한 기업은 예외를 인정받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취득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자본금 요건을 완화한다고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경쟁력을 크게 상승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넓게봤을 때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컨센서스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과연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전통적인 은행을 대체하는 역할인지, 아니면 틈새 금융소비자들을 위한 은행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방향성에서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대형 시중은행을 서로 ‘경쟁자’로 설정해 놓으면 언제나 이기는 것은 시중 은행일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강조했던 ‘생활금융플랫폼’은 현재 시중 은행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디지털금융전략과 거의 흡사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가 촉발된 이후, 본격적으로 은행권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 20년간 국내 금융산업은 끊임없는 M&A를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않는 '대형화'를 추구해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기존 은행 산업의 혁신을 촉진시키는 역할로 규정한 ‘메기’론은 사실 개념이 모호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은행의 혁신을 촉진하는 ‘메기’의 이미지가 시장에 무섭지 않게 인식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나아가 4~5개의 인터넷전문은행외에 다양한 핀테크서비스를 통한 금융서비스의 증가, 그외 타 금융업종의 서비스 확장, 페이서비스의 확대 등 실제 시장에선 디지털 금융서비스 시장의 레드오션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영실적은 아직 기존 은행권을 위협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은 올해 1분기, 출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카카오뱅크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연결 기준) 65억6600만원을 달성했다. 2017년 7월 설립 이후 6분기 만에 첫 분기 기준 흑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고객 수는 약 891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늘었다. 수신 규모는 14조8971억원, 여신 규모는 9조666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37.8%, 6.4% 확대됐다. 2017년 9월과 2018년 4월에 각각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예대마진 기반의 이익창출 뿐 아니라 빅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개발, 간편 결제 확대 등 신규 수익 확보를 위한 제반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며 “향후 자본력과 혁신 기술을 통한 금융 서비스 플랫폼 확장으로 보다 적극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설립첫 해 2017년에 839억원 적자, 2018년에는 797억원 적자를 냈다. 케이뱅크는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기존 2020년에서 2021년으로 연장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적격성을 확보해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영업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

다시 되새겨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인터넷전문은행이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인 2015년이다. 점포방문없이 은행 이용이 가능하고 낮은 금리‧수수료를 적용함으로써 고객의 저변을 넓히고, 은행 산업에는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은행간 경쟁을 촉진 시키며, IT‧금융 융합을 통한 신시장 개척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외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사례를 다시 참조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헬로뱅크(Hello Bank)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 앱형태로 전체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100% 모바일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텐센트가 대주주인 중국의 위뱅크(WeBank)는 고객의 재무정보 뿐 아니라 SNS상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위험평가만을 근거로 대출받기 힘든 계층에도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라쿠텐뱅크(Rakuten Bank)는 전자상거래기업의 계열사의 특성을 살려 지급결제업무에 특화했다. 업계 최초로 송금수수료 무료화, 계열사 물건구입시 현금포인트 제공 등 고객편의성의 뛰어난 서비스를 특화했다.

다시 돌아와서, 지난 5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심사에서 탈락한 이유가 ‘혁신성’의 미흡이었다면 다시 겸허하게 혁신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바래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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