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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회장 사외후보 공모 시작…정치 외풍 비켜갈 수 있을까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부사장 급 이상 내부 인력에 이어 전직 장관, 기업인 출신 등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공모가 진행된다.

KT 지배구조위원회는 21일 사외 회장 후보자군 구성을 위해 공개모집 및 전문기관 추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외 회장후보 공모는 10월 23일부터 11월 5일 18시까지다. 전문기관 추천은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후보 추천을 받고 지배구조위원회가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KT는 2018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을 통해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로 단계화한 바 있다. KT 이사회는 정관에 근거해 올해 4월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정치 외풍에 흔들린 KT CEO 역사=KT는 그룹 계열사 43개에 전체 직원수 6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다른 그룹사와 달리 오너가 지배하는 체계가 아니다. 좋게 보면 철저하게 능력 중심으로 CEO를 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명확한 주인이 없다보니 오히려 정치권 입김에 인사가 휘둘리곤 했다.

일단 회장으로 선출되면 임기 3년간은 그룹내에서 절대 권력을 갖는다. 일반 대기업의 CEO 수준이 아니라 그룹 총수의 권한을 갖게 된다. 오너가가 존재하는 국내 그룹 지배구조 체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구조다.

막강한 권한에 6만명 규모의 그룹 위상. 그러다보니 KT 회장 자리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곤 했다. 특히, 검찰, 경찰은 연임을 시도하는 CEO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민영화 이후 첫 CEO 였던 남중수 사장은 재선임 됐지만 결국 납품비리에 연루돼 중도 사퇴했다. 이석채 회장 역시 횡령, 배임 등에 연루돼 곤욕을 치뤘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결국 채용비리로 구속기소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황창규 회장은 사상 처음으로 연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황 회장 역시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 총수일가가 아니어도 총수가 될 수 있는 KT 회장은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영화 이후 그동안 예외 없이 모든 CEO가 연임을 추진했고 모두 정치적 역풍을 맞았다. 정부의 지분이 없지만 여전히 공기업처럼 대우를 받고 심지어 공공기관처럼 낙하산으로 회장을 내려보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5G에 4차산업혁명 대변혁의 시기…업(業)의 본질 꿰뚫는 CEO 뽑아야=KT 내부에서는 CEO 리스크에 따른 피로도가 상당하다. 다른 통신사들의 경우 CEO가 바뀌어도 오너가 중심에 위치하기 때문에 전략이 연속성 있게 추진된다. 하지만 KT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임의 성과를 부정하면서 신임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곤 한다. 인사 역시 내사람, 특정지역 중심으로 이뤄지곤 했다. 그러다보니 줄서기, 지역인사 등의 폐해가 KT를 지배해왔다.

또한 CEO가 단기 실적에 매달리다 보니 중장기적 계획 없는 전략들이 시행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건물 등 토지자산과 우량 자회사 매각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이석채 회장의 경우 3만원 수준의 주가에도 불구 2000원이라는 높은 배당으로 회사 사정과는 상관없이 주주 달래기에 급했다. 통신산업이 예전처럼 높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내려다보니 자산매각과 높은 배당으로 현실을 감춰온 것이다.

그러다보니 KT 직원들은 “통신업의 본질을 잘 알고 인공지능 등 융합시대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CEO로 선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임 회장의 비호세력이나 정치권 입김이 작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하마평으로는 KT 전현직 임원들과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 외부 기업 출신 경영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 후보로는 사장급으로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오성목 네트워크부문장이 꼽힌다. 관료 출신으로는 늘 이름이 올라가는 노준형, 유영환 정통부 장관 출신과 몇몇 정통부 차관 출신들도 거론된다. 아직 특정 기업인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은 아니다.

현시점에서 KT 차기 회장의 하마평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수만의 KT그룹 직원들과 지배구조위원회의 생각처럼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적다. 여전히 정부와 정권은 KT를 공기업 시절 한국통신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외 회장후보 공모가 마무리되는 11월 5일 이후에는 어떤 외부 인사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어떤 배경으로 공모가 이뤄졌는지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시 KT CEO 선출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했는지 여부도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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