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인인증서 폐지, 데이터3법, 합산규제 공통점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했다는 점에 있다. 국민적 관심, 신산업 육성 및 시장구조개편에 각각 맞물려 있지만 식물국회 탓에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불확실성만 주고 있는 상황이다.
공인인증서 폐지는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고 핀테크‧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도록 전자서명법 개정을 공언한 바 있다. 데이터3법은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일컫는데,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개선돼야 할 법으로 꼽힌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과 연관 있는 합산규제 일몰과 관련해, 방송법 및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도 숙제로 남아 있다.
이들 법안은 최소 1년 이상 국회에서 공회전만 계속하고 있다. 건전한 논의 끝에 발전된 방향으로 규제와 법안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여야 정쟁과 당략에 의해 지연되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다.
이는 최소한의 예시일뿐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의안통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계류법안은 778건에 달한다. 접수된 의안 970건 중 처리건수는 192건에 불과하다. 국회 전체로 확대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대 국회 법안 처리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표면적으로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 4차 산업혁명을 외치면서 국회는 입법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손을 놓고 있다. 법적근거가 미비하면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관련 산업과 생태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특히, 국가 미래산업 먹거리 등을 책임지는 과방위는 제 할 일을 반드시 임기 내 마쳐야 한다. 과방위는 지난 7월15일부터 법안소위를 단 한차례 열었다. 과방위가 손을 놓는다면, 5G 상용화에 맞는 보안정책 및 진흥법, 유료방송 구조개선, 데이터 활성화 법안,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등은 휴지조각이 된다. 최근 국회에서 앞 다퉈 내놓은 악성댓글 대처법안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국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관련 법들이 폐기되고, 또 다시 이 법들이 재발의되는 악순환을 끊고 법안소위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선숙 의원(바른미래당)은 유료방송, 5G 상용화, 보안, 양자정보통신 등을 언급하며 법 통과를 기다리는 현실의 문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며 법안소위 개최를 촉구했다. 노웅래 과방위원장은 이에 공감하며 “이런 식으로 할거면 월급도, 세비도 토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 식물 국회, 불량 상임위 등의 오명을 벗으려면 기회는 한 번뿐이다.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한 달 남았다. 국민과 경제발전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줘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