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인텔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한다.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PC용보다 생산 리스트에서 우선순위로 두는 방식이다. CPU 공급 이슈가 끝날 때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인텔은 CPU 공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당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PC 시장이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CPU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후 인텔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이자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14나노미터(nm) 공정 생산 시설에 10억달러(약 1조182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달 인텔은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18년과 2019년에 사상 최고 수준의 설비투자를 진행했다”며 “지난해 하반기 프로세서 공급량은 상반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PC 분야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 늘기도 했다.
다만 CPU 공급 이슈는 여전하다. 인텔은 CPU 제품군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 맡기지 않는다. 해당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의미다. 당초 예상보다도 공급 부족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인텔은 여전히 CPU 공급이 빡빡하다는 점을 인정, 올해도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선다. 올해는 85억달러(약 10조원)를 CPU 라인 확보 및 차세대 공정 관련 장비 구매에 사용할 예정이다.
현재 인텔 CPU 라인은 서버용 제품 위주로 가동되고 있다. 덕분에 CPU 공급난에도 서버용 제품은 고객사에 차질 없이 전달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서버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함이다.
서버용 CPU 분야는 신규 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데이터센터에서 CPU 교체 시 많은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새로운 제품을 활용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감당이 불가하다. 따라서 관리자들은 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 이용하던 업체 CPU를 계속 쓰는 이유다. 반대로 말하면 한 번 떠난 고객사는 다시 데려오기 힘들다는 뜻이다.
인텔이 서버용 CPU에 집중하면서, AMD는 수혜를 입었다. 7나노 공정을 도입한 라이젠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었다. 시장조사기관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지난해 4분기 PC용 CPU 시장점유율은 18.3%다.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다. 인텔은 81.7%를 기록했는데, 이는 AMD가 상승한 만큼 감소한 수치다.
인텔은 지난해 10나노 공정 기반 프로세서 ‘아이스레이크’를 출시했다. 노트북용을 우선 공급할 방침이다. 데스크톱용은 아직이며,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당분간은 기존 14나노 ‘캐스케이드레이크’를 개선한 제품을 대체한다. AMD의 상승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서버용 CPU 시장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AMD는 데이터센터 고객사 확보는 어렵겠지만, PC용 위주로 매출을 늘려가며 서버 시장도 공략하는 전략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