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긴급진단②] 미국·유럽엔 망 사용료 낸 글로벌CP, 한국선 ‘배짱영업’

권하영

-구글 넷플릭스, 미국 유럽서 망 사용료 계약 체결
-ISP, “한국에도 망 품질 책임 동일하게 이행해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안이 국회 9부 능선을 넘었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은 여전히 국내 망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미국과 유럽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불한 사례가 많아 한국시장에만 배짱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오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를 열고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법으로 알려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6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해당 법안 통과를 의결한 바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이 국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내 이용자 수가 매우 많고 일정 기준 이상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형 CP들이 대상이다. 특히 해외 기업은 국내 매출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이용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트래픽 양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동안 글로벌CP는 국내에 엄청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는 한푼도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해외CP는 이미 국내 인터넷트래픽의 67.5%(상위 10개 사업자 기준)를 차지하는 수준이며, 그중 유튜브의 경우 국내 동영상 트래픽의 약 90%를 점유할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그에 따른 책임은 없는 실정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CP가 만들어낸 트래픽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하고 있다. 과거 트래픽이 폭발하지 않던 때는 이용자들의 이용료만으로 투자 비용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해도 지금은 대형 CP들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서비스 품질 확보에 매년 집행하는 설비투자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다.

해외 사업자들은 그러나 망 품질 의무가 전적으로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게 있다고 말한다. 국내 CP는 망 이용대가를 낼 필요가 없으며, 소비자들로부터 이용료를 받고 있는 통신사들이 망 증설과 투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최근 국내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벌인 ‘채무부존재확인’ 민사소송도 이와 같은 논리를 차용했다.

그러나 살펴보면 이들 글로벌 CP들이 해외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한 사례가 적지 않다. 넷플릭스도 미국에서는 지난 2014년 컴캐스트를 시작으로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 등 다수 ISP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넷플릭스의 트래픽에 따른 속도 저하와 망 중립성 규제에 관한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 패소에 따른 것이다.

유럽도 비슷하다. 프랑스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친 분쟁과 대법원 심결 끝에 구글과 넷플릭스가 1위 통신사 오렌지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트래픽을 유발한 네트워크 이용기업이 추가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을 경우 통신사가 접속용량을 제한할 수 있는 판례까지 마련돼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도 구글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는다.

요컨대 한국에 망 사용료를 전혀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구글과 넷플릭스는 모두 프랑스와 독일은 물론 미국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도 미국 내 대부분 ISP와 망 이용대가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CP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지위를 빌미로 한국에 망 사용료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실제 글로벌CP들의 우월적 지위는 망 사용료 협상에서 망 품질을 볼모 삼아 이용자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페이스북은 2016년 국내 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접속경로를 임의로 우회해 서비스 장애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과징금 조치를 내렸으나 페이스북이 소송을 제기, 입법미비로 인해 정부가 패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넷플릭스 등 일부 CP들은 오픈커넥트(OCA)와 같은 캐시서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상황이다. 국내 통신사 내 데이터 임시저장 서버를 추가로 만들어줄 테니 망 사용료는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통신업계는 “말 그대로 임시방편일 뿐 실제 트래픽 감소 효과는 없는 데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망 사용료를 안내는 것은 차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종합할 때 글로벌 CP 또한 망에 관한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유럽에서처럼 해외 CP도 국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구속력이 있는 법적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는 시사점이 남아 있다. 현재 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글로벌 CP 역차별 해소법을 마련하고자 속도를 내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망 사용료를 둘어싼 해외 여러 분쟁과 계약 사례를 볼 때 CP들 또한 망을 이용할 경우 대가를 지급해야 함을 내부적으로 수긍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국내 CP들은 이미 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CP만 예외로 적용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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