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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가제 폐지 반대했던 정의당, 돌연 찬성표 던졌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20대 국회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 회의를 거쳐 이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ICT 법안을 처리했다. 30년을 이어온 요금인가제가 입법 막차를 타고 종지부를 찍은 것.

요금인가제는 사라졌지만 논란은 남아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인가제 폐지를 강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신사들은 사전 규제인 인가제를 폐지하면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요금이 인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정의당 소속 의원들의 표심이다. 정의당 의원들은 이번 본 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다. 김종대 의원이 유일하게 기권표를 던졌고 윤소하 추혜선 이정미 여영국 의원 등이 일제히 개정을 찬성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결정이다. 정의당은 몇 년 전부터 요금인가제 폐지를 줄곧 반대해왔기 때문. 지난 2015년에는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장외투쟁을 벌인 이력도 있다. 기본적으로 요금 인상 우려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궤를 같이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법안을 착각하고 표를 잘못 던진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통신사업자에 대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방식을 개선하고 전파차단장치 도입·폐기 시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의 전파법 개정안에는 정의당 의원들의 기권표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본회의에 상정된 전기통신사업법 대안에는 당이 찬성하는 내용과 반대하는 내용이 동시에 담긴 관계로, 일단 찬성표를 던졌지만 추후 가계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고 통신사들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보완 입법을 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준 이유는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디지털성착취 방지를 위한 온라인사업자의 의무 강화’ 조항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n번방 사태로 디지털성착취를 막기 위한 입법 장치 마련이 시급해진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보고 우선순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개정안 본회의 통과 직후 브리핑을 통해 “통신요금인가제 폐지 조항은 대안없는 일방적 폐지라면 찬성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의석수가 충분했다면 본회의 수정동의안을 낼 수 있었겠으나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으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통신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별도 대안 없이는 서민경제 피해 우려가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을 막기 위해 다가오는 21대 국회에서 보완책을 갖고 입법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 통과에 따라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대신 유보신고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신고하되 정부가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만에 하나 공정 경쟁 또는 이용자 이익을 침해할 경우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 방안을 남겼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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