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빅뱅②] 회선 파는 통신사? ‘종합 미디어 기업’이라 불러다오
미디어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방송 플랫폼, 콘텐츠 시장의 전통적 강자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은 서서히 힘을 잃고 IPTV와 다양한 PP들이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또한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의 급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 소비방식도 개인화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을 분석하고 주요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3사가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인터넷TV(IPTV) 경쟁력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더하고, 케이블TV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유료방송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5G 미디어 시장까지 공략하며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5G 인프라를 기반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이용한 실감형 미디어 시장까지 진출했다.
통신3사 미디어 사업은 두 자리 수 성장을 통해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통신3사 미디어 사업은 무너지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KT는 IPTV 사업에 4177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 11.9% 증가한 규모다. SK텔레콤 미디어 자회사 SK브로드밴드는 15.1% 늘어난 340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 IPTV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4% 증가한 2811억원이다. 가입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통신3사 IPTV 가입자 수는 ▲KT 842만2000명 ▲SK텔레콤 529만8000명 ▲LG유플러스 459만7000명으로, 각각 전년보다 0.8%, 9.3%, 10.8% 상승했다.
유료방송시장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가 합병하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현 LG헬로비전)를 인수했다. 현대HCN, 딜라이브, CMB 등이 매물로 나온 만큼 추가적인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3사 점유율은 ▲KT+KT스카이라이프 31.52%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24.17%로 나타났다. 2위와 3위 간 격차가 0.74%p에 불과한 상황이다.
앞서, KT는 케이블TV 사업자 인수합병을 검토한 바 있다. 딜라이브와 주판을 두드렸지만, 최종 계약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구현모 신임 대표가 취임했으나, M&A에 적극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우선, 기존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도 문제다. KT는 한 사업자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한 합산규제에 적용된다. 지난 2018년 6월 합산규제는 일몰됐으나, 연장 여부를 놓고 20대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정부는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제 전환 ▲이용요금 승인대상 지정 주체 ▲사전동의 절차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후속대책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폐기될 운명이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수도 있는 만큼, KT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현재 합산규제가 일몰된 상태라고 못 박은 바 있다. KT가 M&A를 추진하더라도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것.
또한, KT는 국내외 OTT 업체 제휴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KT OTT ‘시즌’을 강화하기 위해 넷플릭스‧디즈니를 주요 협력 대상으로 올렸다. 넷플릭스의 경우,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소송전에 나섰다. 이에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가 넷플릭스와 기존 셈대로 손을 잡기란 쉽지 않다.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와 독점 계약을 맺은 후, KT를 비롯해 다른 국내 사업자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통합법인을 출범하면서, OTT 웨이브까지 합쳐 1000만명 미디어고객을 확보했다. 이는 자체 플랫폼 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바게닝 파워’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가 M&A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다음 분기 전 별도 간담회를 통해 합병법인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간 합병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지만, LG유플러스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소폭인 만큼 새로운 M&A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공개매각을 추진하는 현대HCN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또한, 최진환 미디어사업부장은 2022년 1000만명 가입자 수(웨이브 제외), 매출액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 미디어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에는 ▲월정액 가입자 수 30% 이상 확대 ▲하반기 순증 시장점유율 1위 ▲인터넷TV(IPTV) 1만회선 증가 ▲SK브로드밴드 채널 내 온라인 비중 40%를 달성할 방침이다. 넷플릭스 망 사용료 소송전에 대응하면서, 디즈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OTT 사업도 강화한다. 지상파3사와 출범한 OTT 웨이브에 올해에만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도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를 선언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제24기 주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유료방송 사업 부문에서는 CJ헬로 인수를 통해 미래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며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면서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LG헬로비전 인수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초고속인터넷, IPTV 등 가입자 순증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LG헬로비전 서비스 수익이 연결손익에 반영되면서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1.9%, 11.5% 상승했다. LG헬로비전은 올해 1분기 75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LG유플러스는 “아직 상당히 배고프다”며 이익개선을 예고했다.
LG유플러스 새로운 OTT 전략도 나와야 한다. LG헬로비전은 지난 3월 OTT ‘스틱’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고, ‘뷰잉’ 또한 실시간 채널을 종료하면서 OTT 박스 기능만 남겼다. LG헤롤비전과 LG유플러스 간 신규 OTT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20~30대 가입자 유인 효과를 누린 만큼 계약 연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신3사는 신성장동력인 5G 미디어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점프 AR‧VR’ 등을 내놓으며 초실감 미디어 대중화 시대를 열겠다고 했으며, KT는 ‘슈퍼VR’ 등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5년간 5G 콘텐츠 제작과 유‧무선 기술개발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통신방송미디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5G 실감형 미디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서비스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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