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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취향 잘알’ OTT, 추천 알고리즘이 궁금해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나의 취향을 가장 잘 알아주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어디일까?

글로벌 OTT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구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만족도를 높인다.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통해 구독자가 최대한 오래 머물면서 많은 콘텐츠를 구경하게 하는 것.

넷플릭스는 서비스 초기만 해도 구독자들이 콘텐츠에 매긴 별점을 바탕으로 선호 패턴을 분석해 추천해줬으나 지금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더해 방식이 더 고도화됐다.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크게 ‘취향군(Taste cluster)’과 ‘태거(Tagger)’를 기반으로 한다.

‘취향군’은 지역이나 나이와 상관 없이 오로지 콘텐츠 취향만으로 비슷한 회원들을 묶는 것을 말한다. 같은 취향군에 속한 구독자가 시청하거나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가 다른 구독자에게 추천되는 식이다. 이 같은 취향군은 수천 가지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돼 있다. 넷플릭스가 분류한 콘텐츠 카테고리는 5만여개에 이른다.

넷플릭스에 처음 가입한 사용자라면? 취향 데이터가 없을 때는 ‘태거’ 시스템으로 보완한다. 넷플릭스에 가입하면 자기 취향에 맞는 콘텐츠 3개를 고르게 되는데, 여기에 붙은 태그(Tag)들과 일치도가 높은 콘텐츠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분석해준다. 사용자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계속 감상하면 할수록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

정작 이 태그들은 사람이 직접 분류한다. 넷플릭스에는 현재 약 30명의 태거들이 있는데, 이들은 콘텐츠를 면밀히 시청하고 줄거리와 분위기, 등장인물의 특성 등을 꼼꼼하게 기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태그들이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이터가 된다. 오히려 이러한 수동 작업을 통해 더 정밀한 추천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넷플릭스는 굉장히 섬세하게 콘텐츠를 추천해주고 있다. 가령 넷플릭스는 일부러 플랫폼 화면을 극장과 같은 어두운 배경으로 설정했으며, 썸네일조차 사용자 취향에 맞는 이미지를 선별해 배열한다. 같은 콘텐츠라도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연인의 모습을, 액션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격씬을 보여주는 식이다.

국내 OTT들은 어떨까? 가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넷플릭스에 비해 토종 OTT들의 추천 시스템은 아직 고도화되지 않은 사례가 많다. 다만 넷플릭스의 추천 모델이 성공하면서 웨이브와 시즌 등 차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인 곳도 적지 않다.

웨이브는 아직 AI 기반 추천 시스템을 적용하지 않은 상태다. 관련 영화 메타들을 매칭시키는 정도로 영화 추천을 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관련 배우가 출연한 작품, 관련 감독이 제작한 작품, 비슷한 장르, 함께 많이 본 콘텐츠 등으로 추천해준다. 웨이브는 현재 일부 베타 테스트로 개인화 추천 밴드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수동 큐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넷플릭스처럼 사람이 하는 수작업을 기반으로 하는데, 쉽게 말해 ‘에디터픽’과 같은 시스템이다. 계절이나 온라인 이슈에 따라 큐레이션을 생성하고 있으며, 특히 로맨스드라마, 의학드라마 등 장르별 추천 에디터픽이 가장 유입률이 높은 편이다.

시즌(Seezn)은 넷플릭스의 추천 모델에 가장 근접한 AI 기반 알고리즘을 구축하고 있다. 개인 사용이력뿐만 아니라 요일이나 시간대, 날씨에 따라서도 사용자에게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시즌의 자체 솔루션인 ‘토핑 엔진’은 기쁨 분노 슬픔 등 이용자의 감정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찾아준다. 얼굴검출기술을 통해 이용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랜드마크추적기술로 표정이나 움직임을 결정하는 부위들을 점으로 인식해 감정을 파악한다. 다만 아직은 감정 분류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 한계다.

향후 OTT 시장은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다른 OTT에 비해 콘텐츠 수가 많지 않음에도 성공했던 이유가 바로 추천 알고리즘”이라며 “한국의 경우 지금까진 지상파 등 자체 콘텐츠 양이 많아 큐레이션에 대한 니즈가 적었지만 앞으로 점점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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