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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테크핀, 금융시장 공습 …은행권 “지켜보겠다” 대응 주목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디지털 금융시대 주거래 통장을 놓고 빅테크 업체와 금융사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대표 최인혁)이 8일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을 제공하는 ‘네이버통장’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하는 수시입출금 CMA 통장으로, 네이버앱에서 신분증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예치금 보관에 따른 3% 수익 뿐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3%의 포인트 적립 혜택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제도권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당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금액을 기준으로 100만원까지만 세전 연 3%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통장'은 1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금액은 1%, 1000만원 초과 금액은 0.35%로 약정함으로써 예적금 이자수익율이 1% 안팎인 기존 은행권 상품과 비교해 경쟁력이 낫다고 할 수 없다. 사실상 100만원 한도의 CMA 예금을 수익율 3% 정도로 유인하면서 결국 본질인 네이버페이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 목적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제 금융시장 공습을 시작한 네이버의 앞으로의 행보다. 앞서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증권 계좌 서비스를 출시한 지 한 달도 안 돼 50만 계좌를 돌파하며 빅테크 기업의 금융시장 진출이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네이버의 합류로 기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빅테그 기업들의 공세를 예상했다”는 반응이지만 신속하게 대응할만한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다.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금융시장에 뛰어들 경우, 미치는 파장은 앞으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종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방된 금융시장, 빅테크 기업 몰려들어 =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계좌를 이용한 리테일 계좌 유치 전략은 2017년 신한금융투자와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Toss)’가 선보인 ‘토스 주계좌 플러스’ 까지 올라간다.

당시 토스 이용자들은 송금을 위해 충전하는 가상 계좌인 ‘토스 주계좌’에 신한금융투자 CMA를 연동할 수 있다. 하루만 돈을 맡겨도 연 1.1% 금리를 적용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금융사와의 연계를 통해 높은 금리를 이용, 금융소비자를 모집하는 구도는 현재도 유효하다. 특히 올해 금융시장은 오픈뱅킹의 시작과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본격화된다. 이러한 서비스의 핵심은 그동안 폐쇄적이었던 금융시장을 개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에 기존 금융사에게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인데 이들이 주거래 통장을 무기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셈이다.

이른바 새로운 ‘통장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오픈뱅킹, 마이페이먼트 등이 도입되면서 계좌의 역할은 희미해지는 한편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고객이 온오프라인에서 결제 및 이체, 조회 등을 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계좌’다. 은행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1인이 보유하고 있는 계좌의 수는 사실 제한이 없었다.

때문에 이자에 특화된 계좌, 주택 등 특정 목적에 맞는 계좌 등 금융소비자들은 자신의 목적에 맞는 계좌를 다수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오픈뱅킹을 시작으로 계좌 하나만 있으면 다른 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 복수의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또,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상에서의 결제 여부가 우리의 금융소비 구조에서 중요한 변수로 올라왔음을 의미한다. 오프라인 결제에서는 현금과 카드가 주요 지불수단이 되지만 온라인의 영역에서는 다양한 금융소비 방식이 가능하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직된 금융결제 시장에 상상력이 발휘될 여지가 커진 셈이다.

멤버십과 다양한 쿠폰을 디지털 현금화할 수 있으며 업체들간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이자 지급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자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로 주거나 ‘이모티콘’ 등 디지털 콘텐츠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이러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결국 디지털 콘텐츠와 자산이 소비될 수 있는 생태계를 가진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금융사에겐 쉽지 않은 모델, 뚜벅뚜벅 걸어가는 빅테크 기업

금융권에선 앞으로도 금융사 자체적으로 네이버 통장과 같은 모델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확 끌어들일만한 것들을 제휴로 엮다보니 협의 과정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플랫폼 업체에 종속적으로 가게 되면 자체 브랜드 파워가 낮아진다는 걱정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금융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하고 여기에 금융 서비스가 하나의 컨텐츠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카카오나 네이버는 제휴 파워도 높고, 브랜드에서 고객이 느끼는 점도 금융회사와 다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길이 많다. 그래서 내부에서 걱정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급여이체 계좌등 주거래 통장 만들려고 많은 노력을 하는데 주거래 통장은 한번 정해지면 금융고객이 쉽게 바꾸지 않는다”며 “주거래통장을 바꾸는데 금융사가 기울일 수 있는 노력이 제한적인데 네이버나 카카오가 제대로 만들면 충분히 시프트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이 선보이고 있는 협업모델인 CMA 계좌 연동으로도 요즘 거의 대부분의 금융거래는 모두 되는 만큼 최종 소비자인 금융고객 입장에선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사실상 제약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업계에선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업계의 디지털 금융시대 주거래 통장을 선점하기 위해 금리와 이자 등을 놓고 대대적인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 날 SK텔레콤도 하나금융그룹과의 합작회사인 핀크(Finnq)가 KDB산업은행과 손잡고 국내 1금융권 중 최고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자유입출금 금융상품인 ‘T이득통장’을 오는 15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이득통장은 자유입출금 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최대 2%의 파격적인 금리를 복리로 제공하는 통신사 주도의 상품이다. SK텔레콤과 핀크는 제로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시중 금융상품의 금리가 지속 낮아지는 추세에서 2% 금리는 국내 1금융권이 운영하는 자유입출금 예금 상품 중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T이득통장이 자유입출금이라는 고객 편의성과 국내 최고 수준의 금리 혜택이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통해 고객가치혁신은 물론 국내 테크핀 시장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협력은 특수한 입장에 있는 은행입장에선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핀크(Finnq)가 협력한 KDB산업은행은 최근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특히 일반 금융고객을 대상으로 수신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신규계좌 유치 경쟁에 뒤떨어질 수 있는 특수은행 입장에선 이러한 협력을 통해 약점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자금력이 있는 대형은행을 비롯해 통신사까지 금융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은행은 물론 통신사들도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선쉽지 않은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즉 대규모 마케팅은 가능하지만 이를 풀어낼 콘텐츠와 플랫폼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들의 전략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온리 전략에선 카카오, 전자상거래 중심에선 네이버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균형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을 시장으로 플랫폼 전쟁이 전방위로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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