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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식 기업문화 버려야 산다…통신3사 CEO 특명, ‘MZ세대’ 배워라

최민지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사진 각사 제공)
왼쪽부터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사진 각사 제공)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는 ‘MZ세대’ 배우기에 한창이다. 수직적 의사결정 체제와 ‘라떼는 말야’로 대표되는 꼰대식 소통을 변화시켜, 요즘세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다. 디지털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SNS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고, 경험 및 사회적 가치를 위한 소비, 성공과 부에 대한 과시 등을 행사하는 MZ세대는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하는 기존 세대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통신3사는 MZ세대와 융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MZ세대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동시에 가장 큰 구매력을 갖춘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 콘텐츠를 생산‧소비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는 높은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에 기여하는 대용량 데이터 상품 등을 사용하는 만큼, 반드시 잡아야 할 주요 고객이다.

이에 CEO를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자부터 MZ세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식이 깔리기 시작했다. MZ세대는 변화하는 소비 행태를 가장 가깝게 이해하고 미래산업 주요 고객까지 대표하는데, 이들은 통신사 내부에도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2030 직원들은 향후 기업 중심축에서 조직을 이끌 구성원이기도 하다. 통신3사가 MZ세대 직원과 소통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들이다.

우선, SK텔레콤은 모든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젊은 직원 의견을 반영해야만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주니어 보드’ 신설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서비스위원회 산하 ‘주니어 보드’를 신설하고, 모든 서비스 출시 전 디지털 세대인 젊은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을 받자고 파격 제안했다. 주요 고객층과 맞닿아 있는 2030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시장에 담겠다는 의지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적극 대응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한다. 본사가 아닌 집에서 10~20분 거리 사무실로 출근하는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고, 정보통신기술(ICT)로 업무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솔루션’을 강화한다. 이 또한 직원들이 타운홀미팅 당시 댓글을 통해 제시한 의견을 수용한 부분이다. 타운홀미팅은 CEO와 주요 임원이 직접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직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대표 소통 문화다.

또한, 박 대표는 재택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정교화하는 ‘디지털 워크2.0’, 구성원이 직접 필요조직을 신설하는 ‘애자일(Agile) 그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T는 2030 기업문화 전담팀 ‘Y컬쳐팀(가칭)을 신설하기로 했다. 미래성장 기반 2030세대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건전하고 유연한 KT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Y컬쳐팀은 팀장을 포함해 5명으로, 전사 공모를 통해 선발됐다. 평균 연령은 만 29세며, 30대 과장급 직원이 부장급 팀장 직책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Y컬쳐팀은 경영진과 직원간 소통프로그램을 기획하고, KT 청년이사회 ‘블루보드’를 운영한다. 블루보드는 KT가 2001년부터 20년간 진행해온 청년이사회 프로그램으로,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과 사내 소통 허브 역할을 했다. 올해는 평균 나이 만 31세로 구성된 총 42명이 블루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Y컬쳐팀은 젊은 세대 트렌드를 기업문화에 접목하고,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2030 직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해 전사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향후 CEO를 포함한 최고경영진과 핫라인을 구축해 중간 허들 없이 직접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신입사원을 멘토로 삼았다. LG유플러스는 대표와 임원들이 평균 연령 27세 1990년대생 신입사원을 멘토 삼아,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1회(4회차로 구성) 진행했던 리버스 멘토링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총 8회차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하 대표를 비롯해 전략, 서비스개발, 기업, 네트워크 등 전사 각 부문 임원 10명이 멘티로 참여해 20명 신입사원 멘토 지원자와 매칭됐다. 멘토가 지정한 사외장소에서 격의 없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달 말까지 실시된다. ‘MZ세대 언어와 소통방법’, ‘MZ세대의 플랫폼’, ‘요즘 세대 직업관과 회사 제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등 신입사원이 직접 선정한 관심사로 멘토링이 이뤄진다. 지난해에는 ‘요즘 것들의 취업준비’, ‘물어보면 꼰대 되는 질문’ 등 신입사원이 꼽은 주제별로 13명 임원이 매칭된 바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2015년 LG유플러스에 구성된 ‘즐거운 직장팀’에서 기획했다. 즐거운 직장팀은 밤 10시 이후 업무 카톡 금지, 수요일 조기 퇴근 등을 도입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LG유플러스 전체 직원 1만700여명 중 1980년 이후 출생자는 60%가 넘고 1990년대생은 21%로 해마다 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회사 경영진과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과 MZ세대 고객 인사이트 발굴을 위해 이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리버스 멘토링은 하 대표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달 말 리버스 멘토링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할 계획도 세웠다.

LG유플러스 최고인사책임자 양효석 상무는 “5G 등 미래 산업 주요 고객이면서 LG유플러스를 이끌어갈 주역인 1990년대생 신입사원을 리더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수용해야 조직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생각에서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했다”며 “멘토링에서 얻은 아이디어는 조직 케어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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