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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인터넷 플랫폼, 있고 없고 차이 커…문화적 정체성도 결정”

이대호
- 곽규태 교수 “콘텐츠 플랫폼이 사회화·문화화도 결정”
- 대부분 국가서 온라인동영상(OTT) 자국 플랫폼 점유율 0%대…미국 지배력↑
- “플랫폼 패권 경쟁, 이제는 초국적 탈지정학적 이슈…국가가 고민해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경이 없는 인터넷 시장에선 미국의 입김이 여느 때보다 강하다.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 등의 존재 때문이다. 지구상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검색 시장도 구글이 가져갔다. 이렇듯 글로벌 플랫폼이 갈수록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면, 자국 플랫폼이 힘을 잃어간다면 어떻게 될까.

22일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가 한국미디어경영학회가 주최한 ‘디지털 기술 패권 전쟁과 자국 플랫폼의 가치’ 세미나에서 자국 플랫폼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자국 플랫폼은 법인 국적과 본사 위치 그리고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체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곽 교수는 “자국 플랫폼은 중요하다”며 “문화적 가치와 자국 정체성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국 플랫폼의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차이가 매우 크다고 봤다. 콘텐츠 플랫폼이 사회화와 문화화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어서 “정보주권 개념에서도 외교, 안보, 정치적인 차원에서도 자국 플랫폼은 중요 이슈”라고 덧붙였다.

자국 플랫폼이 없다면 데이터 중심 시대엔 성장동력 자체를 주도할 수 없다는 게 곽 교수의 전망이다. 그는 “플랫폼 통제권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안보 관점에서도 자국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봤다.

곽 교수는 시장조사 자료를 제시하면서 자국 온라인동영상(OTT) 플랫폼 점유율이 대부분 국가에서 0%대로 나오는 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국가가 1%를 넘지 못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잠식당한 결과다. 미국은 98.93%다. 자국 플랫폼 독점 시장이다.

자국 OTT 플랫폼 점유율이 두 자릿수인 국가로는 ▲중국(93.74%) ▲러시아(48.00%) ▲한국(30.98%) ▲일본(29.66%) ▲체코(16.44%) 순으로 52개국 중 5곳에 불과하다.

곽 교수는 “OTT 시장으로 좁혀서 얘기하면 구글이 대부분 점유하고 검색서비스도 구글이 90%를 점유하면서 자국 플랫폼이 기능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며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자국 플랫폼을 강제적으로 보호하거나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면서 지켜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했을 때, OTT와 콘텐츠 산업 발전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힌트는 글로벌 플랫폼은 매출을 일으켜도 (자국내) 매출이 잡히지 않고 번창해 비즈니스가 활성화돼도 자국 성장은 빠져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 나라에 매출을 신고하고 세금(의무)을 다해야 그러한 보고를 충실히 해야 시장 성장에 반영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는 국제정치학 관점에서 글로벌 플랫폼 간 경쟁에 대해 “플랫폼 패권 경쟁은 이제 초국적인 탈지정학적 이슈”라며 “엄연한 현실은 국가 단위의 갈등요소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예로 들면서 “미국이 서방 진영의 동맹국을 편으로 모으는 등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교분야에서 경쟁이 벌이고 있다”며 “단순히 기업 간 패권 경쟁으로 볼 수 없다. 초국적 협력과 자유주의적 모습도 등장하는 등 복합적으로 봐야한다”고 풀이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정치경제학적으로 미국 워싱턴 모델과 중국 베이징식 모델이 있다면, (플랫폼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의 모델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외교전략 문제는 어떻게 할지, 우리 삶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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