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백범 김구 살린 고종의 전화…KT ‘텔레뮤지엄’에서 만나다

최민지

-대한민국 135년 통신역사 담은 KT 텔레뮤지엄 개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백범 김구 선생을 살리기 위해 고종이 사용한 전자식 전화기부터 마지막 황태자와 사랑에 빠진 교환원, 무선호출기 ‘삐삐’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던 공중전화기, 그리고 현재의 5G에 이르기까지 135년 대한민국 통신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KT 텔레뮤지엄’이 개관했다.

KT(대표 구현모)는 한성정보총국 개설 135주년을 기념해 통신사료 온라인 전시관 ‘KT 텔레뮤지엄’을 선보였다고 4일 밝혔다. KT가 소장한 6000여점 통신사료를 도슨트 설명과 함께 360도로 체험할 수 있으며, 기존 KT스퀘어에 전시 중인 사료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역사적 가치가 높은 원주사료관 내 사료까지 만나볼 수 있다.

현재와 달리 130여년 전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멀리 떨어져 있는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일은 아주 귀한 경험이었다. 1885년 서울과 인천을 잇는 한국 최초 전신선이 개통됐으며 한성정보총국이 이를 관리했다. 한국의 첫 전화기는 특별한 사람들만 사용했고, 1896년 고종이 그 주인공이다.


최초의 전화가 궁에 설치된 후, 고종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신하와 직접 통화했다. 신하는 의관을 정제하고, 네 번의 큰 절을 올린 후 두 손 공손히 고종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특히, 고종은 인천 감리에게 직접 전화해 백범 김구 선생 사형 집행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서울과 인천 사이 전화가 가설된 것은 사형 집행 불과 사흘 전이었다. 당시 사용했던 전화기는 자석식 원리로, KT 텔레뮤지엄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당시 전화를 사용하려면, 교환기가 필요했다. 교환기는 사람이 직접 회선을 손으로 접속하는 수동식 교환 방식이었다. 마지막 황태자 의친왕은 교환원과 사랑에 빠져, 후실로 들이기도 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전화번호부도 볼 수 있다. 1939년 경성영등포전화번호부는 일제 강점기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화번호부다. 한일 통신협정을 강제 체결한 후, 1905년 일본의 통신권 장악이 시작됐다. 공중용 전화기 확장은 제한됐고, 광복 이전 통신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사료는 경성전화번호부뿐이다.

1930년대 경성은 아파트 시대라고 불릴 만큼, 아파트가 많았다. 대부분 임대사업체로 운영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행히 원주사료관에서 KT가 소장하고 있는 경성전화번호부를 통해 당시 임대사업체 영업을 위해 전화기를 개설했던 경성 아파트 목록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전화번호부 내에는 번호안내 외 전화국사 위치 및 내부도면 등이 기재돼 있다. 이는 건축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됐다.


광복 후 통신망을 복구하고, 1962년 관리인이 없는 무인공중전화기가 서울 종각 맞은편에 있던 화신백화점에 처음 설치된다. 1970년대 전화기값은 50평대 집값을 웃돌았다고 한다. 1982년 최초로 국산공중전화기인 DDD 공중전화기 개발에 성공했고, 1987년 전화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1가구 1전화 시대가 열렸다. 1990년대에는 삐삐를 비롯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PC통신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이 등장했다.

PCS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동통신은 빠르게 확산됐다. 1999년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뛰어넘고, 내가 있는 곳이 전화를 걸 수 있는 1인 1전화 시대가 왔다. 2000년대 초고속 인터넷 시대를 거쳐, 인터넷TV(IPTV)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됐고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 지난해 4월에는 5G 세계최초 상용화를 달성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통신역사가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은 온라인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은 360도 방식으로 제작돼 사용자가 원하는 시선으로 전시 공간을 상하좌우 360도로 회전하며 체험할 수 있다. 추가 설명을 원하는 관람객은 중요 사료를 클릭해 부연설명과 관련 에피소드, 영상 등을 추가로 확인하면 된다. 영문 자막을 제공, 외국인 접근성도 높였다. 전시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KT는 온라인 학습 자료로 이용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번 달 국립과천과학관과 공동 기획 전시도 준비 중이다.

한편, KT는 삐삐 숫자 암호 맞추기 등 중요 통신 사료를 직접 체험하는 이벤트를 모두 완료한 관람객을 대상으로 경품을 지급한다.

KT 홍보실장 양율모 상무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사람들을 연결했던 통신과 관련된 따듯한 추억을 되새기고자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며 “안전하게 관람할 수 있는 체험교육의 장으로, 청소년층에게도 보탬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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