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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힘 모으자더니…증발된 6000억 OTT 펀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통신3사가 힘 모으기로 한 대규모 콘텐츠 펀드가 ‘공수표’로 전락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고 통신3사가 참여하기로 한 최소 6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 계획은 지난 7월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 및 양대 포털 대표가 만난 비공개 만찬에서 제안된 것이다. 당시 한 통신사 CEO는 이 자리에서 토종 OTT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펀드 조성에 약 2000억원씩 출자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에 다른 통신사 CEO들 또한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도 통신사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콘텐츠 펀드 조성의 구체적 이행을 기대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날 회동 이후 약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펀드 조성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와 관련해 진도를 나간 것이 전혀 없다”고 짧게 밝혔다. 사실상 시작도 전에 흐지부지된 분위기다. 일각에선 애초에 실무적인 협의 없이 즉석에서 나온 제안에 다른 CEO들도 적당히 맞장구만 쳐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당시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약 2시간에 걸친 이 만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위해 기업들과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다”면서 “최근 정부가 준비하는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고, 기업으로부터도 여러 요청과 견해를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7월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통신3사 CEO 및 양대 포털 대표와 가진 만찬 회동이 끝난 후 식당을 나오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지난 7월8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통신3사 CEO 및 양대 포털 대표와 가진 만찬 회동이 끝난 후 식당을 나오고 있다. (사진=디지털데일리)

문재인 정부의 국가성장 전략 중 하나인 디지털 뉴딜은 현재 디지털 콘텐츠 산업 활성화가 주요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주요 내용도 ‘OTT 활성화’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그 일환으로 범정부 OTT 정책협의회까지 발족한 상태다.

현재 국내 미디어 시장은 유료방송 플랫폼을 갖춘 통신3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그중 OTT의 경우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에 맞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SK텔레콤의 ‘웨이브’, CJ 계열 ‘티빙’, KT ‘시즌’ 등 국내 OTT 사업자들의 콘텐츠 공동협력 가능성도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규모 콘텐츠 펀드 조성은 그 대안 중 하나다. 정부가 자체 운영하는 펀드들이 기존에도 있긴 했지만, 다수 사업자들이 참여하는 펀드에 비해 규모가 한참 적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에서 밝힌 1조원 문화콘텐츠 펀드 조성 계획 역시 따지고 보면 문체부가 주도해 적용분야가 훨씬 넓은 점을 감안하면 큰 규모라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도 여러 차례 OTT 콘텐츠 펀드 조성 의지를 밝혀 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7월 청와대와 통신3사 회동이 있은 후 월말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토종 OTT들과 공동 펀드 조성 등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사업자들과 의사를 타진하는 단계”라고 밝히기도 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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