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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종편 성장에 OTT 득세…지상파 위기극복 묘수는?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10여년전만해도 방송시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독무대였다. 당시에도 여러 프로그램채널사용사업자(PP)가 있었지만 시청률이나 매출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못했다. 영향력은 말할 필요조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CJ가 온미디어를 인수, 현재의 CJ ENM으로 거듭나고 종합편성PP 4개사가 등장하며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강자의 자격을 갖춘 PP들이 탄생한지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지상파 방송의 우위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절반은 퇴출될 것이라던 종편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시청률 측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CJ 계열은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시청점유율에서 지상파를 앞서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년도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3사 및 EBS 모두 전년대비 시청점유율이 감소했다. 반면, JTBC를 제외한 종합편성과 보도PP들은 모두 점유율이 확대됐다. 또한 CJ ENM의 시청점유율은 12.590%로 MBC와 SBS를 넘어선지 오래다.

재정 측면에서도 지상파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TV 광고매출액은 1조2447억원으로 전년대비 12.5% 감소했다. 꾸준히 빠지는 지상파 광고 매출은 온라인으로 건너간 모습이다. 지난해 온라인광고비는 6조5219억원으로 전년대비 14.1% 증가했다. 또한 큰 폭의 감소를 기록한 지상파와 달리 PP 광고는 2조21억원으로 0.6%↑ 늘어났다.

세부적으로 프로그램 영향력을 따져보아도 종편이나 CJ ENM에 앞선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CJ ENM이 매주 발간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를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 비지상파 프로그램들이다.

CPI는 포털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와 뉴스나 동영상 댓글 및 동영상 조회수 등을 기반으로 콘텐츠 영향력을 평가한다. 일부 가구에 셋톱박스를 설치해 집계하는 시청률 조사와 달리 좀더 실질적인 프로그램 영향력을 측정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장 최근인 12월 28일~1월 3일자 리포트를 보면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그램 50개 중 종편 및 CJ계열 프로그램이 28개였다. EBS와 지상파계열 PP도 모두 포함된 만큼 채널 수는 엇비슷한 상황이다.

이제는 케이블TV PP라는 말도 옛말이 됐고 공신력 측면에서도 JTBC가 지상파 방송사를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래저래 지상파가 CJ 및 종편PP를 앞선다는 말을 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지상파 입장에서 상황이 개선될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 감소를 극복할 수 있는 주요 해결책 중 하나인 KBS 수신료 문제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KBS 수신료 문제는 여야간 공수를 교대하고 결론없는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매출, 영향력 측면에서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상파UHD는 현재까지는 실패한 모습이다. 무수한 논란 끝에 700MHz 주파수를 할당받아 세계 최초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시청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막대한 투자비, 콘텐츠 제작비에 비해 들어오는 것은 없다. 3년만에 사업자가 드러눕는 상황이 되자 결국 방통위도 지난해 말 투자의무를 완화시켜줬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방통위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올해 초 발표한 방통위의 3대 목표와 12대 정책과제를 살펴보면 수신료제도, 광고판매제도 개선이 담겨있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를 개선해나간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KBS 수신료 인상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을 추가로 발굴해 재난방송 지원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 광고, 편성 규제도 개편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편법 중간광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난항을 겪고 있는 UHD에 대해선 시청자가 공시청설비, 셋톱박스를 통한 직접수신은 물론 유료방송을 통해서도 지상파 UHD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 및 보급, 사업자간 협의·홍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사적 기업의 영역이라며 외면했지만 이례적으로 유료방송간 재전송 협의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CJ와 종편의 성장에 유료방송이 IPTV로 재편되면서 유료방송과의 재송신대가 협상력도 점점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가 급성장하면서 거실 TV의 이탈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디즈니플러스의 진출도 예정돼 있다.

시간이 지나도 지상파TV를 둘러싼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수십년간 한국 방송시장을 이끌어온 지상파TV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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