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이상 관리직이 체육관 관리업무를?…KBS 상위직급 비중 여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감사원이 KBS에 대해 상위직급 과다운영으로 경영에 부담을 주는 만큼 상위직급 비율 감축할 것을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1989년부터 직급별로 구분해 관리하던 일반직 정원을 ‘2직급’에서 ‘5직급’까지의 정원을 통합관리 하는 것으로 직제규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2017년 감사원의 감사 및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에 따라 2019년 직급체계 변경을 통해 책임직급(M직급)과 실무직급(G직급)으로 다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관리직급과 1직급을 폐지하고 2직급 갑에서 5직급까지 통합정원을 분리했다. 2017년 감사에 앞서 감사원은 2008년에도 2직급 쏠림 현상을 지적한 바 있다.
직급변경 이유는 절대적으로 비중이 높으면서 동시에 고임금을 받고있는 직급에 대한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직급 변경전인 2019년 KBS 2직급의 경우 갑 1799명, 을 579명으로 전체 인력의 50.3%를 차지했다.
최근 KBS 수신료 인상 논의와 고액연봉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연봉 1억원 기준이 바로 2직급부터이다. 1직급, 관리직급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억대 연봉인 셈이다. 세금처럼 내는 수신료 인상에 야당과 국민정서가 화답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KBS는 지난해부터 M직급과 G직급으로 세분화했다. M직급은 관리직급인데 M1~M3로 구분되고 실무직급은 G0부터 G7까지 있다.
1직급은 근속연수 20년 이상이다. 바뀐 체계로 보면 M2 직급이다. 2직급은 15년 이상인데 M3, G1, G2로 볼 수 있다. 10년 근속부터 3직급인데 현재 기준으로는 G3에 해당한다.
KBS 인력규모는 소폭 변화는 있지만 4500명 수준에 형성돼 있다. 작년 직급체계를 바꾸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절대적으로 비중이 높으면서 동시에 고임금을 받고 있는 1~2직급(현 M1~M3, G0~G2) 직급이 예나 지금이나 조직전체의 인건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봉이 1억 이상인 G3(3등급) 이상 인력은 직급체계 개편 전인 2019년 2665명이었지만 체계 변경된 2020년(9월 기준)에는 2661명으로 차이가 없다.
숫자직급이 영어직급으로만 바뀌었을 뿐 세부 내용은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KBS 상위직급이 높은 이유에 대해 감사원은 승급기간이 짧고 특별한 흠결이 없으면 자동승급되는 제도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1989년 직제규정 개정 전인 1988년말에는 2직급 비율이 9%에 불과했지만(총 직원 5885명) 2017년 51.7%로 증가했고 현재도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감사에서 감사원은 "상위직급이 지나치게 많은 청자매병형 인력구조는 창의성이 절실한 조직에서 상당한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며 "최소한 10년에 걸쳐 신입사원 채용의 숨통을 조일 것으로 예상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2직급갑이 대거 퇴직할 무렵에는 중하위직급이 절대 부족한 인력난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에서 A센터 B팀의 경우 1직급 직원 4명이 2직급 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체육관 관리, 복리후생 상담, 체육대회 업무, 전세금 대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관리직급 직원이 2직급 팀장 밑에서 지로대금 납부나 펌뱅킹 업무를 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1직급 직원이 2직급 팀장 밑에서 금여공제 관리 업무 등 평직원 업무를 담당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밖에 2직급 무보직자들 일부도 도서관 단행본 수집, 사업지사 행정서무, 화상회의 관리 등 업무 난이도나 책임수준이 낮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하위직급보다 높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KBS가 밝힌 무보직자 비중은 1500여명 수준이다.
감사원은 "상위직급을 과다하게 운영함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재정악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된 지적에 KBS는 직급체계를 변경했지만 결국 보수나 보직 등의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과다한 상위직급에 따른 KBS 경영상의 문제 해결과 현재 추진 중인 수신료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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