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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점포, 은행원은 비대면 채널로 부활할 수 있을까

박기록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사진: 신한은행>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사진: 신한은행>
[2021년 디지털과 은행 점포혁신 ]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신한은행은 국내 금융권이 충분히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9월에 출범한 자사의 '디지털영업부' 조직이 불과 5개월만에 고객수 150% 증가, 수신 200%증가, 여신 460% 증가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기존 디지털영업부를 39명 규모 디지털영업 1,2,3부로 크게 확대하고 서울 9개 지역 본부 소속 영업점의 최근 1년간 '비내점 고객' 75만여명의 자산관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 하반기에는 부산, 호남 등 전국 215만여명의 고객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비내점 고객’, 즉 평소 신한은행 점포를 찾지않는 고객들이다.

먼저,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의 조직 성격을 살펴보자.

신한은행은 '디지털 영업부'를 이처럼 점포를 직접 방문하지 않는 비내점 고객을 대상으로 대면채널과 동일한 수준의 종합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오프라인 점포의 기능을 그대로 디지털 점포로 공간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고객의 불편을 접수해 신속하게 처리하는 기존 콜센터(컨텍센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조직이다.
‘수익을 낼 수 있는 비대면 채널의 구현’, 이것은 금융회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목표다.

가까스로 비대면 채널로 전환했지만 수익구조가 무너지면 디지털 혁신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이 부분에서 국내 은행권은 자신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은행권은 ‘비대면 채널’을 크게 확장해왔지만 원하는 수익을 올리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대신해 상주 인원을 최소화시키키위해 ICT 기기로 중무장시켰던 셀프뱅킹(Self banking)점포, 스마트 브랜치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수익 극대화보다는 오프라인 점포의 감축, 인력 축소 등에 따른 고정 비용절감 효과에 여전히 만족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정작 비대면 채널에서 수익 창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9년 4분기, 오픈뱅킹(Open Banking)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은행간 칸막이가 사라졌다. 당장 자사 고객들을 타 은행에 뺏기지않고 유지하는 것도 쉽지않은 과제다. 또한 오픈API를 통해 금융시장 진출이 한결 자유로워진 빅테크 기업들까지 비대면 금융시장에 빠른 속도로 가세하면서 비대면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레드오션화되고 있다.

결국 수익을 낼 수 있는 비대면 채널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것은 은행권에겐 분명 사활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다. 그래서 신한은행이 밝힌 '디지털 영업부' 성과에 주목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영업부’ 성과, 주목해야할 부분은?

현재 신한은행의 ‘디지털 영업부’ 운영방식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비대면채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변화 ▲소프트웨어(SW)중심의 접근이다.

물론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의 성과는 혁신의 완결이 아니라 은행권의 디지털 비대면 영업채널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앞으로도 발전시켜야할 여지는 많아 보인다.

신한은행의 '디지털 영업부' 전략과 관련, 먼저 ‘기존 오프라인 점포와 동일한 수준의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정된 조직 운영 전략이 주목된다. 비록 비대면 채널이지만 고객은 마치 영업점 창구에서 직원에게 폭넓고 디테일하게 자산관리서비스를 받는 느낌을 받는다.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양적, 질적인 업그레이드가 가장 핵심이다.

인공지능(AI)기반의 최첨단 ICT 인프라 증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비대면 금융서비스'을 지향하고 있는 기존 금융권의 방향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신한은행의 사례는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최종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직원)의 몫이라는 인사이트에 도달한다. 그런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 하다.

물론 여기서 한가지 의문은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이같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비대면 고객수가 갑자기 늘어나게 된다면 디지털영업부 직원 39명으로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양적 확대에서 질적 경쟁으로 넘어가야하는 시기인 만큼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에 신한은행측은 “그렇다면 디지털영업부 응대 인원수를 점차 늘려야 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우문현답이다. 성과에 비례해 인력 투입 비중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점포 통폐합으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이 이번 신한은행의 사례처럼 수익성이 증명된 안정적인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게 된다면 기존 점포의 직원들을 다시 '디지털 영업 조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마치 기존 오프라인 점포가 디지털 공간으로 순간이동하듯 역할과 기능이 부활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

지난해 금융 당국은 은행의 일반 임직원들은 재택을 통한 원격근무가 가능하도록 망분리 규정을 완화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은행원의 재택근무를 포함해 디지털 영업 조직이 크게 확장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우리리서치 플러스' (2021년 2월호)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의 임직원수는 지난 2016년(62,962명)에서 2020년(60,591명)까지 3.8% 정도 감소했다.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국내 은행권의 감소폭은 아직 적은 편이지만 금융권은 디지털 직무 전환을 위한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이 크게 강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앞서 신한은행도 이처럼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지털, 빅데이터, IB(투자금융), 리스크, 투자전략, 상품 분야의 강도높은 교육 과정을 운영했는데, 이제 이러한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 : 신한은행>
<사진 : 신한은행>
◆소프트웨어(SW) 경쟁력 차이… 금융권 비대면 금융시장 차별화 심화

‘목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신한은행 고객 A씨는 최근 독특한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경험했다. 자주 이용하던 신한 쏠(SOL) AI챗봇인 오로라를 통해 고금리 ‘인싸자유적금’을 추천 받았는데 A씨는 이 상품이 정말 본인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A씨의 니즈를 포착한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는 톡 상담과 알기 쉬운 영상 메시지를 활용해 추가적인 상품 정보 및 가입 솔루션을 A씨에게 제공했다.’

신한은행이 이번 디지털영업부의 성과를 발표하면서 소개한 사례중 하나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기존 이용했던 온라인 셀프뱅킹만으로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었지만 은행의 도움으로 손쉽게 해결했다. 관련하여 신한은행측은 "데이터 기반 고객분석을 통해 고객 니즈에 맞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첨단 ICT 인프라 구축을 통한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물리적 투자가 앞으로도 지속해야겠지만 결국 이처럼 고객이 은행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신에게 최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실용적인 금융서비스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은행, 보험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초개인화'서비스를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데이터 레이크의 정비에 나섰다. 또 더 넓게는 KB국민은행, 농협은행의 사례처럼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통해 정보계시스템의 혁신에 집중하는 등 막대한 IT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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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시차를 두겠자만 빅데이터 플랫폼과 연계된 다양한 정보계시스템의 역량이 앞으로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품질로 확연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신한은행 '디지털 영업부'의 사례는 비대면 금융시대에선 하드웨어 경쟁에서 소프트웨어(SW)중심의 질적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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