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핵심 요소는 레이저다. 회로를 ‘그리고’ 칩과 패널을 ‘자르고’ 이온 ‘주입하고’ 기판을 ‘분리하고’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들을 전공정으로 부르는 데 국내 소부장이 취약한 분야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시장에 안착한 몇몇 업체들이 분투하는 상황이다.
AP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이 회사는 1994년 앤콤정보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초기 장비 제어 소프트웨어(SW) 기술을 기반으로 반도체 장비 사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말 8인치(200mm) 웨이퍼 열처리장비를 개발했고 2000년대 초 액정표시장치(LCD) 액정적하장비(디스펜서)를 출시했다. 이후 2003년 반도체 및 LCD 장비업체 코닉시스템을 인수했고 2009년 사명을 AP시스템으로 변경했다. 이 시점부터 디스플레이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
지난 13일 경기 화성 본사에 만난 AP시스템 관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는 중국 시장을 위주로 공략 중이며 반도체 사업은 점점 규모가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P시스템의 주력은 레이저어닐링(ELA)과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다. ELA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기판 생성할 때 쓰인다. LTPS는 픽셀 밝기를 조절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다.
ELA 장비로 비정질실리콘(a-Si)에 엑시머레이저를 조사하면 a-Si이 녹았다가 재결정되면서 LTPS로 바뀐다. 엉성한 배열의 실리콘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는 과정이다. LTPS는 a-Si보다 100배 이상 전자이동도가 빨라 고화질 구현에 유리하다.
LLO는 OLED의 리프트오프 공정을 담당한다. 유연한(플렉시블) OLED는 유리기판(캐리어 글라스)에 폴리이미드필름(PI)를 코팅한 뒤 만들어진다. 유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PI 소재를 활용한다. 이후 주요 공정이 끝나면 PI와 캐리어 글라스를 분리해야 한다. 이때 LLO가 자외선(UV) 파장의 레이저와 라인빔 광학계를 사용해 둘을 떼어낸다.
이외에도 OLED의 유기물을 산소와 수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봉하는 박막봉지(TFE) 공정 장비도 개발했다. 기존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삼성 관계사 세메스가 주도하던 제품이다.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대만 AUO, 일본 JOLED 등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디스플레이 투자가 적었던 만큼 중국 비중이 높았다. 삼성디스플레이와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관련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분야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와 거래하거나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는 등 디스플레이 신규 투자가 많지 않아 AP시스템의 경우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태다.
반도체 사업 메인은 급속열처리장치(RTP)다. 미국 업체가 주도했던 것을 국산화했다. 해당 장비는 웨이퍼 보호막인 산화막을 입히는 공정에 쓰인다. 산화막은 회로 간 누설전류를 차단한다. 이온주입 공정, 식각공정 등에서는 방지막 역할을 맡는다. RTP는 히터 램프를 통해 짧은 시간에 웨이퍼를 가열하는 구조다. AP시스템은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다.
드라이 스트립 장비, 디스컴 장비 등도 개발에 나섰지만 두드러진 성과를 내진 못했다. AP시스템 관계자는 “반도체 관련 매출은 2배 이상 성장했다”며 “꾸준히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AP시스템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917억원, 462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4620억원·284억원)보다 상승했다. 올해는 반도체 시장 활성화로 매출액 6300억원 내외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