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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스마트항만’으로 변한 부산항…5G로 무인 크레인 원격조정

최민지

-LGU+, 5G와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 도입…5G 스마트항만 초석
-1명이 4대까지 사무실서 조종, 작업생산성 40% 향상
-연내 상용화, 5G 저지연 영상 패키지 요금 준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거대한 컨테이너가 산적한 부산항,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한 거대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옮기는 데 분주하다. 사람이 직접 크레인 꼭대기 조정실에 들어가 하루 8시간 아래에 있는 컨테이너를 보면서 조정하고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목디스크는 물론이고, 산업재해 위험도 큰 상황이다.

그런데 부산항 한 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크레인 위에는 어찌 된 일인지 사람이 없다. 크레인 기사는 25m 상공이 아닌 안전한 사무실에 앉아 5G를 통해 보내온 영상을 보고 야드크레인을 원격제어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LG유플러스 5G와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을 도입해 ‘스마트항만’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부산항을 찾았다. LG유플러스는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스마트항만 구축을 위한 5G를 도입해 하역장비, 물류창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스마트·자동화항만 국내시장은 2017년 1000억원 규모에서 2024년 4배 늘어난 4000억원 규모로, 글로벌시장은 52억7200만달러(한화 약 5조89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 선진항만과 비교해 물류 장비 자동화 수준은 높지 않다. 반면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선진항만 컨테이너 터미널은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칭다오항에서는 이미 5G와 모바일에지컴퓨팅(MEC)을 기반으로 크레인 원격제어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국내 항만 중 5G를 구축해 하역 장비 등 항만 운영에 적용하는 항만은 아직 없다. 더군다나 크레인 추락 등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이에 LG유플러스는 항만 생산성을 높이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5G 기술을 부산에 도입하고 확대하기로 했다.


부산항 현장은 부두에 들어온 수많은 배들이 내려놓은 수입 컨테이너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수출 컨테이너들이 혼재돼 있었다. 선박에서 야드 트랙터로 이동한 컨테이너는 야적장으로 하역해야 한다. 야적장 컨테이너를 외부 트럭에 탑재한 후 물류창고로 이동하는 프로세서다. 효율성을 위한 컨테이너 재배치도 필수다.

부산항은 터미널운영시스템(TOS)를 도입해 선적과 양하 스케쥴을 관리하고 있지만, 수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려면 크레인 한 대에 기사 4명이 교대해가면서 24시간 근무해야 한다. 바쁘지 않은 시간대에도 새로운 화물이 어떤 적재블록 크레인에 배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크레인에서 인력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보여준 스마트항만 시연에서는 사람이 없는 크레인이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스프레드를 내려 컨테이너를 집어 올려 트랙터에 싣고, 사전 재배치까지 마쳤다. 크레인 위에 있어야 했던 인력은 관제센터 사무실에서 조이스틱으로 크레인을 조정하고 있었다.

크레인에 장착된 8대의 카메라에서 5G를 통해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원격조종 콘솔 앞에 앉아 한 번에 여러 대를 조종했다. 자리를 비우는 점심시간에도 자동으로 명령을 수행하도록 했다. 근무자들이 업무를 손쉽게 전환하도록 LG유플러스는 실제 크레인 조작과 유사하게 컨트롤 박스를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한 명의 작업자가 한 대의 크레인만을 제어할 수 있고 조종석의 시야각 제한으로 컨테이너를 3단까지만 쌓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5G 크레인 원격제어를 이용하면 작업장에서 떨어진 안전한 사무실에서 조종사 1명이 3~4대 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고, 작업자가 없을 때 이동이 편한 위치로 컨테이너를 미리 배치해 놓을 수도 있다. 컨테이너를 4단 이상 적재하는 등 생산성이 40%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항만에는 5G가 필수다. 유선망을 포설한다면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을 일시 중지해야 하고, 광케이블로 인해 크레인 작동반경이 제한된다. 반면 무선네트워크인 5G를 이용하면 별도 공사 없이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2019년부터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서호전기,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40억원 규모 연구과제를 통해 신감만부두에서 야드크레인 원격제어를 위해 5G 네트워크를 적용, 검증한 바 있다. 2022년 완료된 이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MEC 과제로 연결해 지속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는 국내 항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크레인 원격제어에 사용할 5G와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을 준비했다. 각종 하역장비 자동화에 활용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가 벤처기업 쿠오핀에 지분투자를 통해 확보한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은 초고용량 영상을 최대한 압축시켜 지연시간을 최소화한다. LTE를 이용할 때에 비해 영상전송 시간을 84%가량 단축할 수 있다. LTE와 5G 저지연 영상을 비교해보니, 확실히 실시간 영상 지연 현상이 대비됐다. LTE 일반 영상은 660ms 지연됐으나, 5G 저지연 영상은 104ms에 그쳤다.


향후 LG유플러스는 부산항 신선대터미널과 광양항, 물류창고 3방향 지게차와 무인운반차(AGV)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자동화된 노후 장비를 오래 사용해 운영기간을 늘릴 수 있고, 작업자가 퇴근한 시간에는 자동으로 다음날 배송할 물품을 전방에 배치해 작업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신선대터미널에는 5G 28GHz를 도입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5G 스마트항만 서비스를 실제 상용화하고 기업용 5G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월 구독 요금제도 갖춰져 있으나, 항만의 경우 연 요금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LG유플러스는 5G 저지연 영상 서비스를 포함한 패키지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현재는 전산화된 작업지시서를 기반으로 원격제어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작업지시서를 원격제어로 연결할 예정이다. 카메라로 컨테이너를 식별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중순쯤 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해 두 대를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 5G 기술을 부산을 포함한 국내항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협력사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2026년까지 25조원에 육박할 5G 기업(B2B) 시장에서 LG유플러스만의 경쟁력을 키우고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력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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