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점검-②] 상장 시동 건 카카오·티맵·쏘카, ‘올인원 모빌리티’ 승부수
미국 상장으로 단숨에 시총 100조원 기업에 오른 ‘쿠팡 신화’를 기점으로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기업과 게임업체에 이르기까지 증시 진출을 앞두고 기업 가치 높이기에 한창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주요 IPO 후보들의 상장 전략을 비교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카카오·티맵·쏘카 등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상장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차량공유 시장에서의 가파른 성장세를 발판 삼아 글로벌 투자 유치를 비롯한 과감한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의 지향점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올인원’으로 누리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로 모아진다.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서는 시장 선점이 관건이다.
20일 관련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차량공유 시장 삼파전을 형성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티맵모빌리티, 쏘카 등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늦어도 2025년 상장을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 쏘카의 경우 대표 상장 주관사로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하고, 내년 준비를 거쳐 2022년 주식 시장에 입성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잇따라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 상장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호출 시장 점유율 80%에 이르는 1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구글로부터 5000만달러(약 565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점도 큰 주목을 받았다.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신주 97만848주를 인수하며, 지분율은 1.69%가 된다. 이는 단순 투자를 넘어 혈맹에 가깝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앞서 2월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 그룹으로부터도 2억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동남아판 우버 ‘그랩’ 역시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상장설에 힘을 싣고 있다. 그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밝힘에 따라 기업가치가 44조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는 4~5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을 발판 삼아 10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쿠팡처럼,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우버와 그랩이라는 성공모델이 있는 만큼 미국 상장시 더 큰 성장성을 인정받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상장의 높은 상장 비용과 법적 리스크 등 현실적인 장벽을 감안하면 국내 상장 길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상장 시점이나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현재로서 아무 것도 잡힌 게 없다”고 밝혔다.
티맵모빌리티의 상장 시점은 오는 2025년으로 꼽힌다. SK텔레콤은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를 이 시기까지 연매출 6000억원, 기업가치 4조5000억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놨었다. 실제 글로벌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와 손잡고 합작법인 ‘우티’를 지난 4월1일 출범한 티맵모빌리티는 상장에 앞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앞서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약 5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이번 합작법인에도 약 1억달러(약 1147억원)를 투자해 지분 51%를 확보해놨다. 티맵모빌리티는 이 외에도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4000억원 규모 투자를 추가 유치한 바 있다.
모빌리티 업계 최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인 쏘카도 지난해 10월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IPO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9월 FI 투자 유치 당시 오는 2023년까지 상장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쏘카의 경우 늦어도 2022년까지는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이들 기업이 상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높은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8960억원에서 2022년 2조4160억원으로,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글로벌 기준보다도 가파른 수준이다.
특히 자율주행 등 기술 접목부터 대리·주차 등 생활 서비스 분야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MaaS를 강조하고 나서는 이유다.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MaaS 시장 규모는 2019년 526억달러에서 2025년 1847억달러로 연평균 23% 성장이 기대된다. 미래에는 도심형항공모빌리티(UAM)까지 넘볼 수 있다. 실제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10월 우버와의 협력방안을 발표하며 “‘플라잉카’로 서울-경기권을 30분 내 이동하는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관건은 시장 선점이다. 업계에선 3사가 올인원 MaaS 경쟁을 확대하면서 이용자 락인(Lock-in)을 위한 구독형 모델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독 모델이 도입되면 기존 차량 공유 중개 수수료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도 창출될 수 있다. 실제 배재현 카카오 최개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발표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구독 모델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차량공유 시장만 놓고 보면 카카오의 선점 효과가 압도적이어서 경쟁업체들로서는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바탕으로 택시를 비롯해 렌터카, 대리운전, 전동킥보드 등 구독형 서비스 강화와 올인원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쏘카는 이미 이용료를 절반 할인해주는 월 구독 서비스 ‘쏘카패스’를 내놓고 이용자들을 포섭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점유율 면에서도 그렇지만 현재 카카오T 앱 하나로 택시, 대리운전, 주차, 공항 픽업 등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확장성에서도 앞서고 있다”면서 “티맵모빌리티와 쏘카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점유율 반등을 이뤄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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