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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가리지 않는 '중국 동북공정' 지적…정부는 뒷짐?

왕진화
-중국의 도 넘는 韓 문화 침략…날이 갈수록 고조되는 국내 반중정서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중국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에 대한 정부 해결의지 실종" 지적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국 역사 왜곡이나 문화산업 저작권 도용 등 동북공정에 대한 확실한 제재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의식한 일부 국회의원들은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여야 상관없이 뜻을 함께 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점, 개정안 발의를 통해 중국의 도 넘는 행태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치권이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선 이유는 중국 게임사들이 만든 콘텐츠에 한국 역사가 왜곡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또, 이 배경에는 게임을 비롯한 우리나라 문화산업 전반에 침투되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과 국회가 나선다고 해도 동북공정 차단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중국 동북공정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4월1일부터 '게임 심사 채점제'를 시행해 중국 게임 허가증(판호) 심사를 진행 중이다. 문화적 의미 항목에서는 게임 속에서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이 가능한 지에 대한 여부를 따진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은 4월1일부터 '게임 심사 채점제'를 시행해 중국 게임 허가증(판호) 심사를 진행 중이다. 문화적 의미 항목에서는 게임 속에서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이 가능한 지에 대한 여부를 따진다.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 '중국 동북공정' 우려에 여야 움직임도 갈수록 거세져

국민의힘 김승수(대구 북구을) 의원은 지난 21일 제387회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제는 방송, 드라마, 게임 등 우리나라의 문화산업까지 침투했다"며 "동북공정과 역사왜곡이 갈수록 치밀화, 교묘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화산업에 침투한 대표 사례는 최근 논란이 됐던 중국의 유튜브 음악 저작권 도용 문제다. 중국 번안곡 음반사가 국내 원곡 음반사보다 먼저 유튜브에 저작권 등록을 진행해 중간에서 저작권료를 나눠먹고 있었다. 아이유, 토이, 윤하, 브라운아이즈 등 유명 국내 가수들의 음원이 포함된 유튜브 동영상에는 저작권자가 중국 원작자로 표기돼 있기까지 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이날 국내 게임의 중국 판호 발급조건인 '중국의 우수한 문화 알리기' '게임속내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부합 여부' 등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 국내 게임이 중국 버전에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콘텐츠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대전 중구) 의원은 앞서 지난 4월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등급분류 시 역사 왜곡 등의 요소가 포함된 게임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류 일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황운하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최근 국내에 진출하는 중국 모바일게임이 선정적인 표현을 넘어서 의도적인 역사 왜곡, 즉 동북공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등 중국 게임 산업의 확산이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게임위가 등급분류시 사행성 여부만을 검토하고 역사적 사실 왜곡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황 의원은 "등급분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위가 등급분류를 할 경우 과도한 반국가적 행동, 역사 왜곡, 미풍양속 저해, 범죄·폭력·음란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물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 불법게임물에 대한 사전규제를 강화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회와 대비되는 정부의 행보…아는 데 모르는 척?

국민들이 중국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아무리 항의 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적극 발의해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중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움직임은 여론에 비하면 뜨뜻미지근한 편이다. 날이 갈수록 국내 반중정서가 고조됨에 따라 그간 정부가 밟아왔던 친중행보가 오히려 더 부각되는 모습이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는 중국의 유튜브 음악 저작권 도용 문제 관련, 음악신탁관리단체를 통해 피해사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유튜브에 피해 곡들에 대한 조사와 저작권 등록 정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다만 이같은 문체부의 대응은 중국(해당 음반사)에 대한 강경한 입장으로는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유튜브 코리아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나 원작자의 권리 주장 독려가 주를 이룰 뿐, 중국 판권국과 협력해 중국 음반사에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언급해 아쉬움을 사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외교부의 행보는 어떨까.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당시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며 "역사문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관련됐기에 다른 나라의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이야기는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정 장관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지난 3월말 "'독도는 일본땅'이라 주장하는 일본의 역사 왜곡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지난 4월3일 중국에 출장을 갔을 때에도 중국 동북공정 등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당시 정 장관은 '한중간 문화 콘텐츠 교류'와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중국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박기태 대표는 "전세계 36권의 세계사 교과서에서 중국 만리장성은 한반도 압록강, 심지어 평안남북도까지 왜곡했는데, 정부 어떤 곳에서도 관련 대응 및 대응자료 조차 준비된 곳이 없다"며 "정부가 역사왜곡 대응에 관해 일본대응의 절반이라도 중국에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
김승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왜곡에 대한 무관심과 함께 현 정부 여당 인사들의 친중행보에 대해 꼬집었다.

김 의원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 왜곡에 대해 적절한 대응은 커녕, 방조 내지 동조하고 있는 정부의 안일한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지적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발언을 비롯해 전 국무총리, 국회의장, 경기지사 등 정부 여당인사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새해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부에 역사 왜곡 바로잡기 범정부 TF팀을 구성해 역사왜곡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신속한 대응, 그리고 바로 잡혀질 때까지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진화 기자>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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