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 65] 팬픽션을 쓰는 나, 저작권침해 문제 없을까?

송미나

[법무법인 민후 송미나 변호사]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작품은 <트와일라잇>의 팬픽션이라는 것을 아는가? 셜록홈즈에 대한 팬픽션으로 여러 후속 작품들(BBC,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작품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팬덤 문화는 현대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원저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팬픽션의 경우, 저작권침해에 해당하게 될까? 이와 관련되어 국내에서 명시적인 판례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바, 이하에서는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팬픽션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으로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1. 팬픽션의 법적 성격

가. 원저작물의 아이디어만을 차용한 경우

소설 등에 있어서 등장하는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법상 아이디어·표현 이분법 대원칙에 따라 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원저작물의 아이디어만을 차용한 팬픽션의 경우에는 원저작물의 저작권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아이디어만을 차용한 팬픽션의 경우에도, 그 아이디어를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보아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상당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이 경우에 부정경쟁방지법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팬픽션

어떤 저작물이 기존 저작물의 복제권 또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는지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히 복제하게 되면 복제권의 침해가 되는 것이고 이 경우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할 것이며, 한편 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소정의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고 이것에 사회통념상 새로운 저작물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어떤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을 다소 이용하였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인 유사성이 없는 별개의 독립적인 신 저작물이 되었다면, 이는 창작으로서 기존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를 경우, 팬픽션이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별개의 독립적인 저작물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팬픽션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면 이는 저작권침해가 아니고,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지 아니한다면 이는 기존 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이하에서는, 원저작물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팬픽션의 경우, 저작물의 공정이용 항변을 할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살펴보겠다.

2.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가능할까

저작권법 제35조의 5에 따를 때,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i) 저작물 이용의 목적 및 성격, (ii)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iii)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iv)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즉, 저작물의 이용이 원저작물의 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공정한 이용 항변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의 공정이용 규정을 그대로 도입한 것인 바, 팬픽션이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으로 보아야 하는지와 관련한 미국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미국법원은, 호밀밭의 파수꾼의 후속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패러디물 및 Startrek 배경의 팬픽션을 제작하는 엑사나 프로덕션 등 사건에서 후속작들이 원저작물의 시장적 가치를 훼손하여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

이와 반대로, Suntrust Bank v. Houghton Mifflin Co. 사건에서 피고 소설이 원고 소설의 판매를 감소시킬만한 영향이 없다고 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Greateful Dead 연대기 사건에서도 후속작이 원저작물의 시장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3.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팬픽션을 바라보아야

2010년 8월 8일, BBC1에서 셜록의 시즌 첫 번째 시리즈가 방영되었을 때, 인터넷 팬픽션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두 편의 에피소드밖에 방영되지 않았을 때에도, Fanfiction.net의 팬픽션 홈페이지에서는 51개의 팬픽션이 올라왔다. 셜록의 피날레가 방영된 다음 주에는, 업로드된 팬픽션의 양은 세 배로 증가하여 100개 이상의 셜록 팬픽션의 신작들이 fanfiction.net에 게시되었다. 이러한 셜록의 방영 이후, 셜록 홈즈의 원작 판매는 180퍼센트 증가했다. 나아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홈즈 영화에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헌법 전문에서 문화민족의 이념을 천명하고 있고, 헌법 9조에서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천명한다. 저작권법 제1조에서도,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여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저작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적의 균형을 꿰하고 있는 것이다.

팬픽션 작성 및 인터넷상에서 이를 공유하여 많은 이들이 이를 누리는 것을 저작권침해행위라고 바라볼 경우에, 이는 팬덤 문화를 억제시킴으로서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이라는 헌법 및 저작권법의 목적에 반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편, 팬픽션을 통하여 원저작물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높아진다면, 이는 원저작자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렇듯 예술작품에 대한 공공의 복지는 원저작자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에 대한 조항을 통해 극대화된다는 인식하에,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서 창작자에 대한 추가 보상청구권 및 민사 배상을 3배로 강화하는 등 원저작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의 조문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종합하면, 팬픽션은 팬덤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발전에 기여하고, 또 셜록홈즈 사례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팬픽션의 흥행은 원저작물의 시장적 가치도 극대화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팬픽션의 작성 및 유포행위를 저작권침해가 아닌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여,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송미나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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