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가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다. 구글의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수주했다. 양사는 개발 단계부터 협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의 한계를 새 방식으로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구글이 오는 4분기 출시할 ‘픽셀6’와 ‘픽셀6프로’에 탑재할 AP ‘텐서’ 생산을 맡는다.
그동안 퀄컴 AP를 사용해온 구글은 스마트폰 신작에 자체 AP를 투입할 예정이다. 영국 ARM의 지적재산(IP) 기반 제품이다. 텐서는 구글의 머신러닝(ML) 프로그래밍 플랫폼 ‘텐서플로’에서 이름을 따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전력 효율 ▲영상 처리 ▲보안 시스템 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최근 수년간 시스템온칩(Soc) 개발 프로젝트 ‘화이트채플’을 진행했다. 특정 업체 의존도를 줄이고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기 위함이다. 애플이 아이폰용 프로세서 ‘A 시리즈’와 PC용 프로세서 ‘M 시리즈’를 만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구글은 반도체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삼성전자가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텐서 설계 과정에서도 협업했다는 후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개발부터 함께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에 생산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일부 물량이 TSMC로 갈 수도 있으나 애플 AP 양산이 시작된 만큼 삼성전자 위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는 단순 수주를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 둘 다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애플과 퀄컴 등이 경쟁사이자 고객사인 셈이다. 순수 파운드리인 TSMC와 차이점이다.
삼성전자는 설계 지원 서비스를 통해 활로를 찾았다. 전통적인 반도체 업계의 제품을 사용하는 대신 자체 칩 개발을 원하는 고객사 수요가 늘어난 부분을 공략했다. 같은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 칩과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칩 등을 수주한 바 있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인텔도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활용도를 줄이려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파운드리 고객으로 유치했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앞세운 결과물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생산은 물론 설계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TSMC도 디자인하우스와의 협업을 늘려 이 부분을 공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