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는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면서 제조단가도 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내년 1분기까지 분기마다 5~10% 이상 생산 비용을 인상할 방침이다. 대만 UMC 등은 이미 작년부터 20% 이상 단가를 올린 바 있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시장은 수요공급 불균형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데다 분야별 수요 예측이 실패한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완성차업계다. 2020년 상반기 판매가 부진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대폭 줄였으나 하반기 수요 반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반도체 수급 실패로 글로벌 OEM은 연이어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파운드리 업체들이 계속 가격을 올려도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등의 주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돈을 더 줄 테니 우리 먼저 만들어달라’ 등의 요청이 있을 정도”라면서 “당분간 파운드리 업체는 ‘슈퍼을(乙)’로서 협상테이블 우위에 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급난이 심각한 품목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레거시 공정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다. 이들 제품은 한물간 것으로 여겨진 8인치(200mm) 웨이퍼 라인에서 제조된다. 이미 주요 업체가 12인치(300mm) 웨이퍼 라인으로 전환해 관련 장비가 새로 나오지 않을 정도다. 이는 부품 조달 이슈를 심화했다.
국내외 업체들은 8인치 중고장비 또는 12인치 개조 설비를 통해 캐파를 확대하고 있다. 대만 UMC와 뱅가드(VIS), 중국 SMIC 등이 공격적으로 장비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 등이 8인치 공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의 8인치 캐파는 총 월 60만장을 상회한다.
삼성전자는 8인치 캐파가 월 30만장 내외 수준이다. 증설은 12인치 기반 첨단공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패키징 등 후공정 강화를 통해 8인치 효율을 높이고 있다.
DB하이텍은 국내 대표적인 순수 파운드리다. 신공장을 구축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공정 효율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기존 월 13만장에서 연내 월 14만장까지 늘릴 전망이다. 증설을 위한 부지 등은 이미 갖춘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사라질 경우 대규모 캐파 확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
키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도 유사한 상태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반도체에서 분사한 이후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캐파는 현재 월 8만2000장에서 내년 상반기 월 9만장 이상으로 확장된다. 한 번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려우나 꾸준히 캐파를 늘려갈 방침이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완료 시 국내외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키파운드리와의 협업도 기대된다.
한편 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는 8인치 팹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월 95만장에서 2024년 월 660만장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