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K-9 자주포에 왜 386컴퓨터와 DOS를 쓸까?

심재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지난 20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K-9 자주포의 사격 통제장치에 10년 전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운영체제도 DOS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의원은 "10년 이상 진부화 된 IT기술을 최신 장비에도 계속 적용하는 것은 부품공급 차질은 물론 운영유지의 어려움을 야기시키고, 해외 수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장관은 무어의 법칙까지 설명하면서,  "13년 지난 컴퓨터장비들을 아직도 그대로 적용해 K-9을 생산하는 현 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최첨단 군사장비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컴퓨터와 운영체제를 쓴다고 비판하는 목소리입니다.
 
K-9은 1999년부터 전력화 돼 2019년까지 총 1100여문이 전력화된다고 합니다.대당 39억원짜리 무기체계이며 종합군수지원 및 탄약예산까지 포함해 총예산 9조 61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사업입니다.

1호기부터 24호기까지는 386급이고, 25호기부터는 486급 CPU기반으로 사통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운영체제는 DOS입니다.

듀얼코어를 넘어 쿼드코어가 나오고, 윈도 OS가 나온지도 20년이 다 돼가는데 K-9에는 왜 DOS가 쓰일까요?

이에 대해 무기, 자동차, 산업용 기계 등에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MDS테크놀로지에 문의를 했더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MDS테크놀로지는 항공용 실시간 운영체제를 개발하기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임베디드(내장형) 운영체제를 국내에 공급하는 회사이기도 합니다.

이 회사 측에 따르면, 여전히 DOS를 사용하는 장비는 많이 있다고 합니다. 무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신규 DOS 라이선스가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무기 등에 DOS가 여전히 사용되는 이유에 대해 "하드웨어, 부팅시간, 안정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최신 하드웨어 일수록 온도, 습도, 전자파 등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무기같은 중요한 시스템에는 낮은 사양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CPU의 나노 공정이 높아질 수록 외부 조건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최신 CPU는 좀더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인데, K-9 자주포 사격 통제장치는 오로지 포각 계산이나 거리계산 등의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고성능의 CPU가 필요 없다고 합니다. 고성능의 CPU가 필요 없는 일이라면 주변 환경이라는 변수에 덜 민감한 CPU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또 부팅 시간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윈도는 부팅 시간이 너무 늦어서 사격 통제장치에 적당치 않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포를 쏴야 하는데, MS 윈도의 로고와 모래시계만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윈도의 안정성도 연관이 있습니다. 윈도 운영체제는 DOS 보다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더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고 UI도 그래픽이기 때문에 에러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윈도보다 에러 발생률이 낮은 DOS를 사용하는 것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김 의원의 지적이 다 틀린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오랜된 전자부품의 수급 계획이 없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2016년에 새로운 시스템이 개발된다고 하는데, 그 때까지 필요한 장비들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수출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수급이 필요할 것입니다.

[심재석기자 블로그=소프트웨어&이노베이션]

심재석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