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과학기술 선도 국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비전을 실현할 거버넌스 개편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윤 당선인은 과학기술 분야 실질적 사령탑 역할을 담당할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을 약속한 바 있으나,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맡고 있는 안철수 위원장은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 부활을 내세웠던 만큼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30일 개최한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선 이같은 거버넌스 개편 방향을 두고 전문가들도 다소 엇갈리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는 스페셜 스피치를 통해 “격변의 물결 속에서 세계 각 국이 과학기술 패권 장악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엔 진영도 좌우도 필요없고 생존이 달렸다”며 “이를 위해선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는 참여정부 때 만들어져 3년 간 운영됐으나 다음 정부 때 없어졌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며 “과학기술 패권 장악을 위한 청사진을 윤 당선인 손에 쥐어드리고, 컨트롤타워로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와 함께 손발 노릇을 할 혁신본부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조발제를 맡은 최석신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도 “국가과학기술전략위원회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하고 부위원장은 과학기술부총리와 민간전문가 1인, 위원은 과학기술인, 기업인, 관계 장관 등이 참여하면 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무총리, 과학혁신부총리(과학기술전략부 장관)가 혼연 일체가 돼 과학기술 관계 현업 부처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과학기술 행정체제 편성 방안을 제시했다.
패널토의에서는 거버넌스 개편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현실적으로는 과학기술위원회 체제가 적합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왜 과학기술계에서 부총리제 얘기가 나오는지 그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너무 많은 분야의 정책들이 서로 너무 많이 꼬여 있기 때문에 이 정책들을 잘 풀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민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학기술혁신부총리제보다 과학기술위원회 체제가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위워회는 심의, 의결 기능을 담당하는 위원회라기보다 행정위원회 성격으로 (부총리제와는) 두 부처가 상충되기 때문에 결국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백악관 산하기관인 과학기술정책실(OSTP)나 일본 종합과학기술혁신회의(CSTI)를 보면 오랫동안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과학기술 거버넌스 컨트롤타워가 발전해왔다”며 “근데 우리나라는 5년마다 생겼다 사라지는 형태가 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과학기술을 전체적으로 포괄할 컨트롤타워 체제를 만들어 50년 간 나아가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훈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도 “5년마다 반복되는 거버넌스 논쟁을 이제 좀 끊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꼽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공통점은 과학기술 연구기관들이 정부부처에서 독립해 예산 운영과 연구기획 등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이것을 거의 100여 년 이상 지속해오고 있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