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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재허가·재승인 제도, ‘방송사 혼내기’ 수단으로”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어떤 경우에는 정치적 이슈가 돼 방송사를 겁박하고 혼내주는 수단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이렇게 20여 년 이어진 제도를 똑같이 이어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김도연 국민대학교 교수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제도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여해 이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김 교수는 “패스(Pass)만 가능한 심사도 의미가 없지만, 떨어뜨리려고 애쓰는 심사도 문제일 수 있다”며 “미래지향적인 정책 개발이 아닌 방송평가, 방송 재허가·재승인 등 기존 규제에 지나치게 많은 행정력을 소비하는 것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맡은 송종현 선문대학교 교수는 현행 재허가·재승인 제도가 조건과 심사, 절차에 있어 다양한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봤다.

재허가·재승인 조건 측면에서, 송 교수는 “양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과거 대비 방송사 운영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송 교수에 따르면, 조건은 2010년 12건에서 2020년 32건으로, 권고도 2010년 14건에서 2020년 29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한 2010년 재허가 심사 이후부터는 방송사 내부적인 인사나 노사합의 등 경영관련 조건이 부여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심사 측면에서도, “최초 허가는 계획 중심이고 재허가는 실적과 계획을 모두 심사함으로써 중복 문제가 있고, 실적과 계획의 구분도 모호하다”며 “또한 대부분 정량평가를 하는 방송평가와 달리 재허가 심사는 정성적 요소가 많이 반영돼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 상으로는 ▲방송국 단위 재허가 심사에 따른 효율성 저하 ▲재허가 유효기간(3년~5년) 부과 기준의 불확실성 ▲재허가 심사서류 간소화 필요성 ▲심사위원회의 전문성과 구성 과정의 투명성 등 문제를 지적했다.

송 교수는 “재허가 제도가 어떤 정책 목표 하에 설계돼 진행돼야 하는가에 대해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며 “영국의 사례와 같이 향후 사업 운영에 필요한 역량과 공적 책임감을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사업자와 협의해가는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영방송 협약제가 재허가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는 방송사업자의 특성을 고려한 재허가 제도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협약제도는 KBS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역할 등에 대한 협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해 방통위가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방통위는 이 같은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협약제는 어디까지나 공양방송이 대상이다. 이어진 토론에서 성욱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협약제 취지와 무관하게 민영방송의 경우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로 보일 수 있다”며 “민영방송에 대해 제도를 대폭 개선하는 것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송사업자들도 고충을 털어놨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정책연구위원은 “재허가 심사 방식을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와 그에 준하는 산업통계 자료 활용 평가로 전면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나치게 짧은 재허가 기간을 개선해 방송사에 따라 5년 이상 또는 7년 이상으로 갱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강영구 MBN 정책기획부장은 “심의 규제, 협찬 고지, 콘텐츠 투자비 등과 관련된 재승인 조건들은 유독 종편 사업자에 더 과중한 부담을 씌우고 심지어 공영방송에도 부과하지 않은 차별적 규제들”이라며 “재승인 조건은 반드시 법령에 근거해 최소한으로 부여돼야 하며, 규제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원 LG헬로비전 사업협력담당은 “중복 심사 절차를 개선하고 방송사 특성을 고려한 차등적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심사조건 간소화와 연계해 부관조건도 법령상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 한정하고 기존 사후 규제 영역에 대해선 조건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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