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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 망 투자 확대 필요 없다?…메타의 ‘넌센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 중인 ‘메타’가 유럽 통신사업자들의 망 투자 분담 요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nonsense)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메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메타버스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은 폭증할 것이라는 게 통신사업자들의 우려 지점이다.

메타는 “망 투자 확대는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코로나19 당시 트래픽 증가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화질을 낮추기도 했던 사례를 보면 이야말로 ‘넌센스’라는 지적이다.

24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케빈 살바도리 메타 네트워크 부사장과 브루노 마틴 리얼리티랩스와이어리스 이사 겸 책임자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네트워크 요금을 부과하려는 일부 유럽 통신사의 제안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네트워크 수수료를 제안하는 것은 CP가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창출하는 가치나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메타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에 투자함으로써 인터넷 액세스 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는 “유럽의 네트워크 투자 수요를 충족하려면 1740억유로(약 243조원)가 필요하다”며 “빅테크들은 유럽 네트워크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런 격차를 메우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메타 등이 적극적인 메타버스(가상공간) 생태계가 본격화될 경우 막대한 비용 지출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그들 입장이다. ETNO 측은 “평균적인 메타버스 사용자는 오늘날보다 최대 40배 더 많은 데이터를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살바도리 메타 네트워크 부사장은 그러나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But this is nonsense)”라며 “메타버스가 개발되어도 통신사업자는 더 많은 네트워크 투자를 위해 자본 지출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투자 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트래픽이 증가하자 넷플릭스 화질까지 낮췄던 사례를 생각하면 메타의 주장이 오히려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실제 넷플릭스의 경우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하자 유럽 내 모든 영상의 스트리밍 전송률(비트레이트)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유럽 네트워크망의 정체를 25%가량 줄이는 조치였다.

비슷한 시기, 마크 저커버그 메타(당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기자들에게 “최근 페이스북 사용량 증가 폭이 매년 새해 전야보다 월등히 크다”고 며 “특히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영상통화량이 평소의 2배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주요 CP들이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몸소 느끼고 그로 인해 득도 봤으면서 이제 와 네트워크 투자 확대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CP들로 인해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트래픽 발생량은 2017년 370만테라바이트(TB)에서 2021년 기준 예상치 894만TB로 2배 넘게 폭증했다. 이러한 국내 트래픽 발생량 78.5%는 구글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CP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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