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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제조혁신]<상>“자동화 다음은 자율”…제조업 ‘넥스트 스텝’ AI 자율제조 주목

양민하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디자이너’로 생성한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디자이너’로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양민하 기자] 전 세계 제조기업은 인공지능(AI)을 통한 ‘자율제조’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물가, 인건비 등 증가로 제조기업은 생산 비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이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 혁신과 효율적인 운영이 더욱 간절해진 상태다. 단순 공장 자동화를 넘어 ‘AI 자율제조’로의 발전은 이 같은 제조업을 둘러싼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제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AI 자율제조 기술 개발에 5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AI 자율제조 전략 1.0’을 발표했다. 올해만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며, 2030년까지 현재 9% 수준인 AI 자율제조 확산율을 30% 이상, 제조 생산성을 20% 이상 높이겠다는 목표다.

◆자동화 넘어 자율화…핵심은 AI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자율제조’는 기계, 로봇 및 AI를 활용해 제조 공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개념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동화’의 개념을 포함하지만, 단순 자동화와는 다르다.

일반적인 자동화 시스템은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복잡한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상황에 대응할 수 없다. 반면 자율제조에서의 ‘자율’은 기계, 로봇 또는 소프트웨어가 외부 지원 없이도 스스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과 독립성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하면, 운전자 없이도 차선을 유지하고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고도화된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와 비슷하다. 자율제조가 구현된 스마트 공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에도 학습 기능을 통해 이에 자체적으로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자율제조는 현재의 자동화 기술을 뛰어넘는 형태로, 스스로 의사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의 최소한의 개입만으로도 워크플로를 최적화할 수 있다.

자율제조 구현을 위해서는 AI가 필수적이다. AI는 생산 공정, 센서, 기계 등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양의 복잡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실제 생산 공정 상에서의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미리 예측해 선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기반으로 돌발 상황에서도 최적화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I자율제조로 가는 길…‘데이터 장벽’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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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디자이너’로 생성한 이미지.

AI 자율제조가 산업 현장에 가져올 혁신이 점차 가시화되는 가운데, 올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다보스 포럼은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과 경제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제조 기업들이 자사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데이터 장벽’을 넘지 못해 실질적으로 AI 사용 사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적됐다.

글로벌 IT 컨설팅 회사 인포시스의 자스밋 싱 제조 부문 글로벌 총괄 겸 수석 부사장은 다보스 포럼에서 “AI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깨끗하고 정확하며 편향되지 않은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학습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제조업체에게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작고 단편적이며 일관성이 없거나 품질이 낮은 데이터에 의존해 최적의 결과를 얻지 못한다. 대규모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더라도 AI 모델에서 쉽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데이터 장벽을 넘고 제조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최근 ‘데이터 상호 운용성’이 강조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는 다양한 기기, 장비, 시스템이 상호 연결돼 작동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일관되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표준’이 필요하다. 데이터의 형식, 구조, 표현 방법 등을 통일할 경우 다양한 기기, 공정을 넘어 기업 간, 국가 간 데이터 상호 운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글로벌 데이터 모델의 표준화는 유럽연합(EU), 미국 등 제조 강국을 중심으로 자산관리쉘(AAS)을 통해 진행 중이다. AAS는 설비, 장비, 부품 등 공장 내외부에 있는 모든 제조 자산을 디지털로 구현하기 위해 독일에서 개발한 데이터 표준체계다.

우리 정부도 제조 데이터 표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9월 ‘신(新) 디지털 제조혁신 추진 전략(MIDAS 2027)’을 발표하고 국제 제조데이터 표준화에 기반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장에서 나오는 제조 데이터가 제각각 활용되는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EU, 미국 등 제조 강국의 표준과 호환이 가능한 수준의 ‘한국형 제조 데이터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다. 표준정립은 AAS 등 글로벌 제조 데이터 모델을 벤치마킹해 주요 공정·장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올해 50곳에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장비 제조사 등 기술 공급기업이 표준을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 개발·보급, 기술 지도가 병행된다. 표준화된 데이터 기반 위에서 기업 간, 공정 간 원활한 데이터 공유와 제조 데이터 등록·검색·구매가 가능한 ‘온라인 제조 데이터 거래소’도 시범 운영된다.

양민하 기자
ym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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