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가격이 비쌌던 이유, 대리점 압박에 있었다?

이안나 기자

다쏘시스템 영업권 보호정책 [ⓒ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국내 캐드(CAD)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다쏘시스템코리아(이하 다쏘시스템)가 과거 대리점 간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솔리드웍스’ 가격인하를 막기 위해 다쏘시스템은 대리점 경쟁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계약해지 수단까지 동원해 대리점들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다쏘시스템이 캐드 소프트웨어(SW)인 솔리드웍스를 국내 유통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거래상대방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380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쏘시스템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대리점들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프랑스 기업집단 ‘다쏘’ 소속 계열회사인 다쏘시스템은 국내 기계분야 3차원(3D) 캐드 미들급 소프트웨어 1위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제품 시장점유율은 40% 내외로 추정된다. 솔리드웍스 주 고객층은 반도체장비, 일반 기계분야 중소·중견기업이다.

다쏘시스템은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솔리드웍스를 국내 유통하면서, 자신의 대리점들을 상대로 특정 고객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는 정책(이하 ‘영업권 보호정책’)을 시행했다.

영업권 보호정책은 ‘신규 라이선스 대상’과 ‘유지보수 라이선스’ 두 분야로 나눠 운영됐다. 솔리드웍스 신규 라이선스 영업과정에선 특정 고객을 상대로 먼저 영업활동을 개시한 대리점이 있는 경우, 다른 대리점 영업활동을 제한했다. 다쏘시스템은 영업권 보호대상을 등록해 대리점 간 공유하는 전용시스템을 구축, 대리점 간 중복영업을 체계적으로 차단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기존 대리점 독점 영업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같은 이유로 유지보수 라이선스 영업과정에서도 계약 중이거나 계약 만료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선 기존 대리점 외 다른 대리점들의 영업활동을 제한했다. 가격경쟁이 직접적으로 제한되면서 대리점들은 솔리드웍스를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쏘시스템은) 특정 고객에 대한 독점 영업권을 하나의 대리점이 가져가게 되면, 다른 곳들은 할인가가 아닌 권장소비자가격으로만 견적을 제시하도록 했다”며 “대리점 간 경쟁을 하면 분명 할인받을 수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행위는 소비자후생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캐드 SW는 특성상 한 번 사용하면 록인 효과 및 전환 비용이 상당해 다른 제품으로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특성으로 독점 영업권을 확보한 대리점 입장에선 ‘다 잡은 물고기’에 해당하는 선점 고객에 대해 가격 및 서비스를 질적으로 제고하려는 유인 자체가 사라지고, 심지어 선점 고객 대상으로 대리점 마진을 확보하는 기회로 삼기도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 고객층인 중소·중견기업에 돌아갔다. 당시 다쏘시스템 및 대리점 내부 메일에선 영업권 보호정책을 두고 “덕분에 고객에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어느정도 마진을 보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된 내용들이 담겼다.

[ⓒ 공정거래위원회]

다만 대리점들 역시 다쏘시스템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쏘시스템은 이를 위반한 대리점들 상대로 판매마진 보상, 영업권 축소 등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기존 대리점에 제공하던 혜택을 축소했다. 특히 주기적으로 대리점들에 위반사례 예시를 들며 “신상필벌의 원칙”, “상대방 견적 받으면 어떻게 해서든 벌주겠다”거나, 계약해지 수단까지 동원해 대리점들을 압박했다.

대리점 영업권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운영했던 ‘영업권 보호정책’은 실상 다쏘시스템이 솔리드웍스 할인경쟁을 막아 영업이익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를 위해 대리점들에 경직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소비자(중소·중견기업)에 피해가 전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쏘시스템은 공정위 현장조사 직후인 2021년 1월부터 영업권 보호정책을 중단했다. 이번 공정위 제재 및 과징금 부과에 대해 다쏘시스템 측은 “전할 입장이 없다”고 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브랜드간 경쟁이 제한적인 국내 캐드 SW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가 브랜드 내 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엄중 제재한 것”이라며 “대리점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특히 솔리드웍스 주 고객층인 중소·중경기업 후생 증대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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