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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 이후 영업정책 바꾼 다쏘시스템?

양민하 기자
[ⓒ다쏘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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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양민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6일 국내 캐드(CAD)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인 다쏘시스템코리아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7억3800만원을 부과했다. 과거 자사 캐드 소프트웨어인 ‘솔리드웍스’를 국내 유통하는 과정에서 대리점 간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한 행위를 해 온 것에 대한 제재 조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다쏘시스템코리아는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솔리드웍스를 국내에 유통하면서 자신의 대리점들을 상대로 특정 고객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는 정책(이하 ‘영업권 보호정책’)을 시행했다.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영업권 보호정책은 ‘신규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라이선스’ 두 분야로 나눠 운영됐다. 솔리드웍스 신규 라이선스 영업 과정에서는 특정 고객에 대해 먼저 영업활동을 개시한 대리점이 있는 경우, 해당 고객에 대한 기존 대리점의 독점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대리점들의 영업활동을 제한했다.

유지보수 라이선스의 경우 이미 유지보수 계약 중이거나 계약 만료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서는 기존 대리점 외에 다른 대리점들의 영업활동을 제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같은 영업권 보호정책으로 대리점간 가격 경쟁이 직접적으로 제한되면서 솔리드웍스 제품 가격이 유지됐고, 그 피해는 상당 부분 이 제품의 주 고객층인 반도체 장비, 일반 기계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에 전가됐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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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영업권 보호정책을 위반한 대리점들을 상대로 판매마진 보상, 영업기회 축소 등 패널티를 부과하거나, 할인 프로모션 등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재하며 대리점들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종적으로는 계약해지 수단까지 동원해 압박하며 해당 정책을 유지시켰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 ‘브랜드간 경쟁이 제한적인 국내 캐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가 브랜드내(대리점간) 경쟁을 제한한 행위에 대한 엄중 제재’라는 의의를 밝혔다. 이번 제재를 통해 대리점간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특히 솔리드웍스 주 고객층인 중소·중견기업의 후생 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공정위 제재는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위법 행위와 이를 행한 특정 기간에 집중해 조치한 사항으로, 사실상 솔리드웍스 제품의 국내 유통 및 계약 구조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솔리드웍스의 국내 유통은 여전히 전속 대리점을 통한 ‘간접판매’ 형식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솔리드웍스 판매 대리점 수는 2020년 말 기준 총 17개로, 제품은 이러한 대리점들을 거쳐 소비자에게 유통된다.

솔리드웍스 국내 계약 구조는 대리점과 솔리드웍스 제품군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권한을 보유한 미국법인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 코퍼레이션’이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다.

이 가운데 한국법인인 다쏘시스템코리아는 대리점 공급계약과 갱신여부를 심사하고, 국내 판매와 마케팅 등 주요 정책을 결정하며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 또한 지난 2022년 11월부터는 직접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 권한이 더 강화된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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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솔리드웍스의 국내 유통 및 계약 구조 자체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가운데, 이번 공정위 조사 이후 다쏘시스템코리아의 영업정책이 얼마나 변화됐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다쏘시스템코리아와 대리점 간 거래 상 우월적 지위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다쏘시스템은 이번 제재와 관련해 위원회 현장조사 직후인 지난 2021년 1월부터 자진시정으로 영업권 보호정책을 중단했다. 제대로 시정됐다면 이후로 현재까지 약 3년 반이 지난 시점이다.

2021년 1월 이후 다쏘시스템코리아가 대리점의 거래상대방을 제한하는 등의 법 위반 행위가 완전히 해소되었는지 묻는 <디지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해당 위법 기간(2016년 10월~2020년 12월)에 집중해 파악한 부분으로, 이에 적합한 제재를 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구속조건부 거래행위를 행하지 말라는 향후 재발방지 차원에서의 시정명령”이라고 답했다.

이어 “보도자료에 언급된 영업권 보호정책 등 관행은 해소가 됐으며 다쏘시스템코리아가 자진시정해 더 이상 행하지 않는 등 대부분 수정됐으나, 위법 기간 이후의 정확한 판매 및 상태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솔리드웍스 국내 유통 및 계약 구조가 직접판매 방식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며 현재도 대리점 체제로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쏘시스템 카티아와 솔리드웍스 제품 고객이기도 하다. 2022년 12월 신설된 기술유용감시과에서 다쏘시스템 카티아와 솔리드웍스 제품을 나라장터를 통해 구매,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민하 기자
ym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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