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보험사' 과연 먹을 수 있나… 우리금융의 옹색한 M&A 전략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다른 금융지주사라면 몰라도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 검토한다고 해 특히 놀라웠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보험업계를 비롯한 금융권 일각에서 냉소적인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기업리포트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우리금융의 M&A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그간 다소 저렴한 매물들에 관심을 보여왔던 우리금융이 최근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발을 뺀뒤, 오히려 '보험사 M&A 최대어'로 꼽히는 매물을 들여다보자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인수 완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완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로 인해 임종룡 회장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우리금융이 더욱 M&A 관련 이슈를 의도적으로 부각 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과는 별개로, 실제로 우리금융의 인수 능력 자체에 대한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주요 이유는 '가격'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M&A 타진 과정에서 '저렴한 가격'을 특히나 중요시 했다. 따라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격을 우리금융이 원하는 수준만큼 조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즉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우리금융에겐 상대적으로 비싼(?) 매물이다. 바꿔 말하면 이번 매물은 일명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우리금융의 실질적인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부실 금융사로 거론되던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다 중도하차 한 바 있다. 역시 당시에도 가격적인 이견이 컸다는 게 시장의 추측이다.
지난 5월 인수에 나선 한국포스증권의 경우는 소형 증권사로, M&A 규모 자체가 작았다.
최근까지 들여다 본 롯데손해보험도 결국은 가격이 맞지않아 발을 뺀 것이란 평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그동안 저렴한 매물을 위주로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롯데손보가 아니라 오히려 MG손해보험에 접촉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금융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동양생명의 경우 현재 보험사 잠재 매물 중 최대어로 꼽힐 만큼 우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산 규모만 32조4402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보장성보험 위주의 견조한 수익성을 보이며 여러 금융지주들의 러브콜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ABL생명과 자산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총 자산 규모는 무려 50조원에 달한다. 생명보험업계 5위권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물론 비슷한 가격이라고 가정했을 때 롯데손보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게 우리금융 입장에서 기업가치의 측면으로는 유리할 수도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난해 말 기준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단순 합산으로 3조4000억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2조4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업황 자체로만 보면 생명보험업계가 손해보험업계보다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추후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없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앞서 "오버페이는 하지 않겠다"는 우리금융의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A가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금융이 M&A를 성사 시키지 못할 경우엔 연내 목표로 했던 보험사 인수가 물거품 되는 것은 물론 한동안 적정 매물을 품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견해다.
이외에 현재 매물 또는 잠재매물로 거론되고 있는 또 다른 보험사는 많다. KDB생명, MG손해보험, 메트라이프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AIA생명, 악사손해보험 등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 기업가치와 가격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M&A에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경쟁적으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밸류업' 경쟁을 하는 국면을 고려할 때, 우리금융이 공격적으로 M&A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하나증권은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분석리포트를 통해 "결국 인수가격이 관건이겠지만 시장의 관심이 자본비율 상향 및 주주환원율 확대 등 온통 밸류업에 쏠려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우리금융이 M&A에 과도한 지출을 감행할 경우, 밸류업(Value up) 전략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하여 보고서는 "M&A를 통한 비은행 확대는 우리금융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는 점에서 검토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인수 가격 1조5000억원을 가정시 보통주자본비율(CET 1)하락 폭은 약 20bp(1bp=0.01%p)내외가 될 것이고 오버페이하지 않는다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 보고서는 우리금융이 롯데손보 입찰에서 발을 빼기 전에 작성된 것이지만 M&A 대상 매물의 변화만 있을 뿐 구조가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이렇게 놓고보니 우리금융이 고려할 수 있는 M&A전략이란 '가격'밖에 없는 옹색함이 느껴진다.
뭔가를 하나 얻으려면 과감하게 다른 무엇은 포기하는 전략적 선택도 필요한데, 우리금융에게 그런 결기와 대담함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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