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지난 6~8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는 전고체,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 등이 차세대 제품으로 등장했습니다. 전해질·소재 조성이나 폼팩터 크기 등을 바꿔 에너지밀도·용량을 높인 배터리들이죠.
두 제품은 아직 대량 양산에 돌입하려면 복잡한 여러 난제를 풀어야만 하는데요. 전고체에서는 낮은 계면 밀착성에 따른 리튬 이온전도도가, 46파이에서는 높은 열 발생에 따른 내부 방열·가스 발생에 따른 셀 팽창 등이 대표적인 난제로 꼽힙니다. 이를 해결할 여러 방안 중, 관심이 가장 높으면서도 상용화가 가까워진 두 기술이 있습니다. 건식 전극 공정과 단결정 양극재가 그 주인공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점은 지난 2020년 테슬라 배터리데이 때부터입니다. 테슬라는 당시 높은 전기차 원가를 낮추기 위한 핵심 기술로 4680 원통형 배터리, 공정 개선을 꼽았는데요. 배터리 크기를 키워 전기차 한 대당 셀 탑재량을 줄이고, 신공정으로 셀 생산 원가도 절감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죠. 이때 등장한 신공정이 건식 전극 공정입니다.
이 공정의 핵심은 액체 형태로 극판(알루미늄박·구리박)에 도포돼왔던 활물질을 고체 파우더 형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기존 습식(액체) 공정에서는 활물질과 도전재, 바인더 등을 섞어 슬러리화해 극판에다 바르는데요. 이후 액체 형태로 발린 극판을 건조하고 떨어지지 않도록 압착(Calendering)하는 공정이 필수로 들어가게 되죠. 이때 극판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열풍 대류 방식 설비를 사용하는데, 이 설비가 차지하는 공간이 큰 데다 전력 소모도 전 공정 중 가장 높습니다. 이 과정이 배터리 셀 가격을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셈이죠.
기술적인 약점도 큽니다. 전극판의 균일성이 떨어져 불량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죠. 특히 리튬, 니켈 등 양극활물질 내 원료의 녹는점이 제각기 다른 것이 문제입니다. 건조하는 과정에서는 100℃가 넘는 고온이 발생하는데, 일부 물질이 녹으면 화합물 속 도전재, 바인더 등이 분리될 수 있습니다.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도전재가 에너지물질과 떨어지면 자연스레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를 해결하려면 더블 레이어 코팅과 같은 추가적인 공정이 발생합니다. 배터리 셀 생산원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은 이론적으로 위와 같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고체 파우더 형태로 섞기 때문에 솔벤트(Solvant)를 휘발시키기 위한 건조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죠. 이렇게 되면 파우더를 극판에 뿌리는 코팅 공정과 전극을 압착해 필름화하는 캘린더링 공정만 남게 됩니다. 건조할 필요가 없으니 도전재, 바인더가 분리될 우려도 없죠. 전극 균일도는 높이고, 생산 원가는 낮출 수 있는 핵심 기술인 셈입니다.
물론 이 역시도 난제는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공정을 간소화하고 전극 균일도를 높일 수 있으나 실제 환경에서 이를 구현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특히 전극을 균일하게 형성하려면 고체 파우더를 더욱 높은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필름화해야 하는데, 고온에 약한 양극이 제조 공정에서 깨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극 균일도를 오히려 높이기 어렵죠. 이는 테슬라가 비교적 녹는점이 높고 단단한 음극에만 건식 공정을 적용한 이유와도 연관됩니다.
양극이 깨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양극을 구성하는 활물질이 단단한 하나의 입자 구조를 갖추면 부서지는 크랙(Crack) 현상을 줄여줄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흔히 언론 등에서 언급하며 알려진 단결정(단입자) 양극재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는 삼원계 양극활물질은 여러 결정이 한 데 합쳐진 다결정(Poly-Crystal) 형태입니다. 전극 제조 시 다결정 형태를 강하게 눌러서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있죠. 다만 이 강도가 강해지면 입자가 깨지게 되고 가스가 발생해 배터리가 부풀거나 전해액과 직접 닿아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단결정 양극재는 압연 시 깨지는 정도가 없거나 약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인터배터리에서 전고체·46파이·코발트프리(NMX) 등 관련 시제품이 줄줄이 나오는 것도 단결정 양극재가 본격 생산된 시점과 연관이 있습니다. 고온·고압에도 부서지지 않으니 안정성이 높고, 안정성이 높으니 46파이를 구현할 수 있겠죠. 만약 입자 크기가 작고 높은 압연 강도까지 견딜 수 있다면 더욱 많은 양을 넣어 에너지밀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행거리가 길고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 값이 싸면서도 성능이 좋은 코발트프리 배터리가 구현될 수도 있습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건식 전극 공정에 자신감을 내비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는 이 발표에서 "건식 전극 공정의 연구실(Lab) 단계 연구를 끝냈고 준양산 단계인 파일럿 생산에 접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단결정 양극재가 건식 공정의 전극 균일도를 높이는 방법이란 것을 고려하면, 이를 시양산까지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전기차용 제품으로 순수 단결정 양극재 제품이 나오고, 건식 전극 공정이 완벽히 양산라인에 투입되는 시점은 미지수입니다. 단결정은 단단한 구조 탓에 내부 저항이 높아 전압 출력 특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첫 제품은 다결정 중심에 단결정 소재 7~10% 가량을 함량한 블렌딩 양극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업계에서는 단결정 양극재를 블렌딩한 제품이 테슬라 사이버트럭향 4680 NCMA(니켈 90% 이상 함량) 배터리에 처음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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