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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24시] 구글, 세번째 韓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안보·기술 주권 흔들리나

아마존, 애플, 구글(알파벳),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미국 중심의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기술패권 경쟁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와 창의적인 실험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는 빅테크로 불리는 기술 기업들의 근황과 비전을 소개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공존과 경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 봅니다. <편집자 주>

구글 ‘이머시브 뷰 포 루트' 스크린
구글 ‘이머시브 뷰 포 루트' 스크린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구글이 지난달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한국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AR·MR·XR 디바이스는 물론, 자율주행 분야와 디지털 트윈 등 관련 산업이 부상하자 기반이 되는 ‘지도’가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떠올랐다. 이에 지난 2017년 국내 관련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됐던 ‘정밀지도 반출’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 세번째 韓 고정밀지도 반출 요청… 보안 우려 여전

구글은 앞서 지난달 18일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 축척의 한국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요청했다. 이는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시도다. 2007년 한 차례 좌절을 겪은 구글은 2016년 ‘포켓몬 GO’ 출시를 명분으로 다시 반출을 시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신청서에는 2016년 당시 한국 정부가 제시한 수용 조건인 국내 보안 시설의 위치 흐리게(블러) 처리 등 안보 조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글은 블러 처리를 위해 보안 시설의 좌표값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해당 좌표값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보안 시설의 위치가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어스'와 '구글 지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군사 시설의 위치가 러시아에 노출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구글에 강하게 항의한 사례도 발생했다.

구글은 위성 이미지와 항공 사진을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비밀 기지 위치가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 공개됐다. 코발렌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허위정보대응센터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구글맵 업데이트로 우크라이나군의 비밀 군사 기지가 노출됐으며, 러시아가 이미 해당 이미지를 자국 군대에 적극적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밀 지도가 해외 서버로 반출될 경우, 한국 정부의 행정력이나 주권이 미치지 못해 향후 위치정보 수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예를 들어, 구글이 정밀 지도를 반출한 후 글로벌 구글 맵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거나,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할 경우, 한국 정부의 수정 요청이 수용될지는 불확실하다.

실제로 지난달 17일(현지시간), 구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구글은 "멕시코 내 이용자에게는 기존 명칭을 유지하지만, 미국 내 이용자에게는 ‘미국만’으로 표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의 영향력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까지 확대되면서 각국의 공간 정보 등 데이터 주권이 모호해질 수 있다”며 "지도 정보가 단순한 길찾기를 넘어서 국가안보, 치안, 재난관리, 군사전략 관점에서도 중요한 국가 전략 자산인만큼 안보적 측면가 산업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밀 지도 반출, 국내 기술 생태계 종속 우려↑…토종 기업 역차별 논란도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간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구글에 정밀 지도가 반출될 경우, 국내 공간정보 산업 기업들이 경쟁력 약화와 시장 위축 등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국내 1:5000 정밀지도를 반출할 경우, 자율주행 AI 학습에 이를 무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술 생태계가 해외 기업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2008년 구글이 모바일 버전 지도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당시 미국과 유럽 내비게이션 시장을 주도하던 탐탐(TomTom)과 가민(Garmin)의 주가가 각각 85%, 70% 가까이 폭락한 바 있다.

한편, 한국에서 조세를 납부하지 않는 빅테크 기업에 정밀 지도를 반출할 경우,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66년부터 세금을 투입해 국내 지도 구축을 진행해왔다. 매년 500억~800억원을 투입해 항공사진 촬영과 지명 정비 등을 진행했다. 지난 25년간 정밀 지도 제작에 투입된 총 예산은 1조원을 넘어선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2004년 설립 이후 국내 매출에 대한 납세 현황이 불투명한 상태다. 한국재무관리학회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약 12조원, 이에 따른 법인세는 51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20년 국세청은 구글코리아에 5000억원의 법인세를 부과했지만, 구글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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