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血稅)’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가혹한 조세라는 뜻이지만, 최근에는 피 땀흘려 번 돈으로,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하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세금을 사용하는 집단은 더욱 투명해야 하고, 일반적 기준보다 조금 더 가혹한 평가와 감시를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이 국가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고 국회로부터 국정감사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검색엔진 기업 구글이 국내 언론들과 다소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해 구글이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면서 국내에서 구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언론들의 취재열풍도 고조됐지만 구글측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말 구글의 R&D센터 설립 발표회이다. 이날 발표회장에는 여타 IT업체들의 행사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수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베일에 쌓여있던 구글이 처음으로 국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구글측은 R&D센터의 규모, 목적, 일정 등에 대해서 전혀 설명하지 않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물론 이날 구글의 R&D센터 설립 발표회는 구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산업자원부가 실적 홍보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날 구글의 한국 홍보대행사는 "구글코리아의 사무실 위치마저도 알려 줄 수 없다"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입장을 보였다. 일종의 얼치기 '선민 사상'을 가진 이상한 집단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언론이 사기업의 내부 사정까지 일일이 공개하도록 요구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구글의 한국 R&D센터에는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는 2년간 12억 500만원 규모의 비용을 구글 R&D센터에 지원키로 약속한 바 있다. 즉 한국 국민의 혈세가 R&D센터에 지원되는 이상 구글은 ‘공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구글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측이 ‘사기업이니까 모든 것이 비밀이야’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공공기관은 국가기밀이 아닌 이상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하게 돼 있다. 국민의 혈세는 단 1원이라도 낭비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혈세를 사용하는 집단은 언론으로부터도 더 가혹하게 감시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언론이 구글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 국민의 세금이 투자되는 R&D센터에 관련해서 만큼은 우리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혹시 비생산적인 일에 사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