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모바일20년, 삶을 말하다①] 다이나믹 코리아의 원동력, 모바일 20년의 힘

박기록
[특별기획/ 모바일20년, 삶을 말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술의 혁신은 결국 삶을 변화시키고, 문화와 문명을 진화시키는 촉매가 됐습니다. 

20년전, 휴대전화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우리 나라 모바일 산업은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짧지만 긴세월, ‘세계 최고’라는 찬사를 받으면서 발전해 온 우리 나라 모바일 기술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과 문화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신, 금융, 방송, 유통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조우하는 산업간 컨버전스로 격렬하게 분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바일 분야에서 이뤄낸 빛나는 기술적 성과는 분명히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지금까지의 성과를 뒤로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 IT시장은 유비쿼터스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 숨가쁜 경쟁 구도에서 과연 우리 나라가 스스로의 족쇄(규제)를 풀어내고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냉정하고 건전한 비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우리 나라 휴대전화서비스 개시 20주년을 맞아 '휴대폰 20년, 삶을말하다‘를 주제로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나라 모바일 산업에 대한 분석과 함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지 고민해 볼 계획입니다. <편집자>

<목차>
-1부 : 휴대폰 '생활의 재발견' (Culture & Humanism)
      1. 삶의 변화, 모바일 20년의 여정
      2. 모바일과 새로운 ‘소통’의 문화
      3. 모바일이 꿈꾸는 따뜻한 휴머니즘      

-2부 :‘IT코리아 신화’의 숨은 주역, 모바일 (Dynamic)
      1.‘모바일’과 IT산업의 성장
      2. 모바일산업은 한국 경제의 굳건한 축
      3. 모바일 코리아를 이끄는 글로벌 경쟁력의 힘           
-3부 : ‘융합’의 꽃, 모바일의 新 경제학(Convergence)
      1. 컨버전스의 핵심이 된 모바일
      2. 모바일 컨버전스의 힘, 산업 ‘가치사슬’의 생성
      3. USIM, 서비스 컨버전스를 이끈다             
-4부 : 업무혁신의 중심에 선 모바일(Innovation)
      1. 비즈니스, 모빌리티, 커뮤니케이션
      2. 모바일UC, 협업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는 휴대폰
      3. 손안의 PC, 비즈니스가 이동한다
      4. 영상통화, 메신저·SMS를 뛰어넘는다
      5. 스마트폰, 휴대폰과 PC의 경계를 허문다

-5부 : 앞으로 20년, 모바일의 미래 (Future)
      1. 한세대 앞서가는 모바일 기술력
      2. 한국, 글로벌 모바일서비스 선도한다
      3. 와이브로, 모바일 코리아의 미래
      4. 전문가 기고


1부 - 휴대폰 '생활의 재발견' (Culture & Humanism)

① ‘변화된 삶, 모바일 20년의 여정’

'부모님 전상서(前上書)’로 시작되는 애절한 편지를 요즘 사람들은 쓰지 않는다.
“더운 여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서울 생활에 지친 자식은 때가되면 잊지 않고 부모님께 송구스런 펜을 들곤했다. 우체부가 또박 또박 읽어준 편지가 못미더운 것도 아닌데 노인네는 몇 번이고 자식의 안부를 묻는다. 낯설지만 그리 오래된 풍경은 아니다.

요즘엔 가족에게 편지를 쓰지도 않지만 굳이 보낼일이 있으면 편리한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또 휴대폰 단축 버튼만 누르면 금방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연결된다. 최근엔 3G폰이 나오면서 얼굴을 마주보는 화상통화까지도 가능해졌다. 시속 290Km의 KTX를 타면 ‘반나절’에 고향땅을 다녀올 수도 있는 초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20년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빨라졌다. 이처럼 모든 것이 빨라지고 편리했졌는데도 오히려 가족과의 소통(疏通)은 더 뜸해졌다. 더 만나기 힘들어졌고, 더 각박해졌다. 어찌보면 ‘물질 문명의 심각한 역설(逆說)’이다.
   
정말로 우리는 '역설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직장인 A씨는 가끔식 라디오에서 혹은 길가를 지나가다 장윤정이 부른 경쾌한 트로트곡 ‘짠짜라’를 들으면 오히려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부모님 휴대폰의 착신음 멜로디가 그 곡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부모님께 전화하는 대신 휴대폰 초기화면에 디스플레이된 어린 자식의 사진을 들여다 본다. 부모님께 송구한 마음을 아이들 사진으로 달래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정(情)이다. 그것을 표현하는 삶의 방식이 너무 빠르게 변했을 뿐이다.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 소통하는 전달매체의 변화중에서 휴대전화의 존재감과 역할은 분명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그런 면에서 휴대폰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계적 통화수단이 아닌 철저한 '감성 상품'이고 '문화 상품'이다.

◆휴대폰, '사치품'에서 '컨버전스 유닛'으로

휴대전화서비스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지 이제 20년의 역사가 흘렀다. 

그것은 한때 ‘사치품’이었고, 시간이 지나 ‘생활필수품’이 됐으며 지금에 와서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과 비즈니스 업무까지 지원하는 ‘컨버전스 유닛’으로 발전했다.

분명히 우리는 휴대폰이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심지어 휴대폰 사용을 강제로 금지시키자 심신불안 증세를 보이는 '휴대폰 금단증상'의 사례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험해 본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휴대전화의 기능이 앞으로 아무리 진화한다해도 그 기저에 흐르는 본질, 즉 ‘소통의 정(情)’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최근 SK텔레콤은 우리 나라 휴대전화서비스 20주년을 맞아 몇가지 재미있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20년전인 지난 1988년 7월1일,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동전화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1978년 미국 AT&T가 세계 첫 운용에 성공한 아날로그(AMPS)방식의 이동전화서비스가 모델이 됐다.

'88서울 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20년 후, 모바일서비스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모바일 코리아’로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된다.

당시, 벽돌이라고 표현해도 전혀 억울할 것 없는 디자인의 ‘카폰’은 이동전화서비스가 처음으로 구체화된 모습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당시 현대 소형차(엑셀) 가격이 500만원, 휴대전화는 400만원. 웬만한 사람은 소유할 수 없는 '신기하고 값비싼 물건'이었다.

통화료도 현재의 물가수준과 비교해 어마 어마하게 비쌌다. 기본료 월 27000원에 시내및 시외 50Km까지 10초당 25월, 설치비가 65만원. 서울 - 부산간 3분 통화요금이 당시 1,286원이었는데 현재의 물가수준과 비교하면 무려 36배나 비쌌다.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통화료 인하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쉼없이 진화된 모바일기술과 삶의 변화

우리 나라에 휴대전화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20년 동안, 숨쉴틈 없는 기술적 진보를 거듭했다. 그 기술적 진보는 결국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 사회학자는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으로 삶을 살고 있는 이유중 하나는 아마 휴대폰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뜩이나 급한 기질인데다 이를 '즉시화'시킬 수 있는 휴대폰이 맞물려 폭발적인 역동성을 창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휴대전화는 이미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선지 오래이다. 휴대폰으로 주식과 금융결제가 가능해졌고, 휴대폰으로 웬만한 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족'이 출현하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속속 개발되고 있다.

휴대폰으로 자신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되거나 원격에서 홈네트워크를 제어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플랫폼'으로 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나라는 세계 처음으로 CDMA상용화에 성공했다. 또 세계 첫 상용화에 성공한 DMB방송도 우리 나라 통신업계의 자랑스런 이정표로 남을 업적이다.

현재 우리 나라 통신산업은 통신과 방송의 결합, 통신과 금융의 결합, 통신과 유통의 결합 등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 컨버전스 모델을 창출하는 데 몰입해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기술의 진보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진입비용을 낮춘다. 이제 거의 모든 국민이 휴대전화를 이용하고 있고, 올 5월말 현재 4400만 인구중 92.2%에 달하는 보급률을 기록했다. 물론 앞으로도 기술과 기능, 비즈니스 모델로서 모바일은 더욱 급격한 속도를 낼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한 인터넷서비스를 지금 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그동한 노트북이 해왔던 일반 사무 업무처리도 훨씬 많이 가능해 질 것이다.

‘변화(變化)’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래서 변화는 항상 두려움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변화하는 것을 따라잡지 못하거나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더 두려운 결과를 낳게 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우리 나라는 두려움을 모르고 휴대전화서비스를 발전시켜왔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그 과실을 따먹을 수 있는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휴대전화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비즈니스측면에서만 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합리적 시장정책'이 필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부터라고 조언하고 있다.

과거의 20년의 노력보다 앞으로의 2~3년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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