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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국가통합망①]통신강국 코리아, 국가통합망 구축은 지지부진

김재철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하 '국가통합망')은 홍수·지진·화재와 같은 재난이나 재해가 일어났을 때 전광석화처럼 가동돼야 한다.

군·경찰·소방서와 같은 재해관련 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비상사태에 즉각 대응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사회안전망이 바로 '국가통합망'이다.

통일된 무선통신 체계를 갖춘 국가통합망이 완벽해야만 비상시 재난관리 및 응급구조 기관이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통합망의 수준이 선진국을 가르는 척도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긴급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나라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자하는 것은 선진국을 평가하는 척도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부터 국가통합망 구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시범사업과 1차 확장사업까지 마무리된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국가통합망을 구축하는데 주로 이용되는 테트라(TETRA) 기술로 서울과 경기 전역에 망을 구축했으며, 전국 주요 지역의 경찰조직도 연결했다.

국가통합망 구축사업의 연원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6월 감사원은 ‘안전 및 재난관리 실태 감사’를 하면서 ‘종합지휘무선통신체계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필요성 인식돼 = 이후 별 움직임이 없었다가 2월 18일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이 나면서 그 전부터 얘기돼 오던 재난통신망 구축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대구지하철방화사건 당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이 ‘3자 통화’였다. 지하철 안에서 각 열차의 기관사와 사령실 간에만 통화가 됐을 뿐 각 열차 간, 경찰·소방 등 관련 조직 간에 통신이 되지 않다 보니 그 다음에 들어오는 열차에까지 불이 옮겨 붙어 사고가 커졌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국회는 재난 예방관리 및 복구시스템을 국가 최우선 순위로 설정할 것을 촉구하는 ‘국가 재해·재난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대책 수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3월 국모조정실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당시 정보통신부가 공중망 기술인 아이덴(iDEN), 디지털TRS 미국표준인 앱코(APCO), 유럽표준인 테트라를 대상으로 기능(국가재난방재 기능) 및 경쟁성(독점, 국내기업 기회)을 검토해 테트라 기술을 채택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를 토대로 12월에 중앙안전대책위원회에서 행자부 주관으로 테트라 방식의 통합지휘무선통신망을 기획했으며, 2004년 6월 소방방재청이 생기면서 사업의 주관부서가 소방방재청으로 바뀌었다.

◆전국 경찰 및 서울·경기지역에 TETRA망 구축 = 이후 2004년 9월부터 2005년 9월까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05년 연말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시범사업은 기존에 서울·광주·대구·대전부산에 구축돼 있던 경찰청망을 기반으로 서울·경기권에 테트라망을 구축했으며, 이어서 서울·경기 전역에 망을 구축하는 1차 확장사업이 지난해 12월 마무리됐다.

확장사업까지 국가재정사업으로 진행됐던 국가통합망 구축은 전국망 구축을 민자유치사업(BTL)으로 진행키로 결론이 났으며, 지난해 12월 기획예산처에서 예산도 확정됐다. 하지만 올해 2월 감사원 보고서가 제출되면서 사업이 중단되고 현재 타당성을 재조사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주된 내용은 당초 계획보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공급에 독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감사원은 애초 78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사업에서 기존 건물들의 지하와 연계하는 통신망 구축이 고려되지 않아 실제로는 1조 3000여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비용편익이 1에 훨씬 못 미치는 0.67 정도가 되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은 테트라 시스템을 단일 벤더가 공급하게 돼 비싼 가격에 장비가 공급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통신망 구축의 기본설계에 해당하는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가 시작된 점도 지적했다.

◆11월 말 타당성 재조사 결과에 눈길 쏠려 = 이와 관련해서는 지하 구간 연계비용이 몇백억원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KISDI 조사 결과가 있었는가 하면, 사실상 입찰이 공개적으로 진행됐으며 복수 공급업체의 시스템을 혼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등 논란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KDI는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국가통합망 구축을 타당성을 재조사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11월 말에 마무리돼 보고서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나라들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통합망을 만드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KDI의 타당성 재조사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국가통합망 사업은 정부가 추진하고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효용성과 경제성 등 여러 요소를 두루 고려해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이 사업이 어떤 이유에서 추진되며,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인지 정부가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편, 국가통합망 사업은 사업이 검토되고 추진되는 과정에서 그 명칭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대구지하철 사건 직후에는 ‘재난지휘무선통신체계’로 불리던 것이 ‘국가재난지휘무선통신체계’로 바뀌었다가 2003년 12월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으로 최종 확정됐다.

‘국가통합지휘무선통신망’이라는 이름으로 결론이 난 것은 비상시와 재난시 그리고 평시에 동일하게 기능해야 된다는 취지에서다. 

기존에 각 공공기관마다 구축은 돼 있지만, 평시에 쓰지 않으면 사고 발생시 당황해서 제대로 다룰 수가 없기 때문에 작동 안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시에도 늘 같은 기능을 써야 재난시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에서 ‘재난’이라는 말이 빠지게 된 것이다.

<김재철 기자>mykoreao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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